['의형제' 비하인드 카메라] 강동원, 빗속 즉석 연주회 '감동'

'의형제'는 2009년 6월 5일 크랭크인해서 9월 22일 크랭크업했다. 2009년의 뜨거운 여름을 제대로 관통하며 촬영한 셈이다.

여름에 찍는 영화들은 대부분 장마철에 세트 촬영을 한다. 그래서 항상 여름에 찍는 영화들은 세트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프리단계부터 철저하게 계산을 한다.

'의형제'에서 주요 세트 장면은 아파트 복도의 총격전과 한규의 오피스텔 분량 정도다. 아파트 총격전은 문제가 없었지만 한규의 오피스텔 분량은 스케줄 배치상 고민이 됐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으로 봤을 때 배우들의 감정이 최고점을 기록해야 하는 중요신이 많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연기 호흡을 위해선 후반부에 촬영을 하는 게 맞지만, 제작진 입장에선 장마와의 싸움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기껏 야외촬영을 잡아놓았다가 비가 와서 촬영을 못하면 제작비가 줄줄 새어나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2009년 장마는 예년에 비해 빨리 찾아온다는 예보가 잇달았던 상황이었다.

우리는 고심 끝에 오피스텔 장면을 촬영 초반부인 6월 말에 찍기로 했다. 세트 촬영 기간엔 새벽까지 촬영이 이어지기 일쑤다. 밤낮이 바뀌다보니 스태프들의 바이오리듬도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촬영장도 영화인들이 '보증'하는 경기도 양수리종합촬영소였다. 그곳에 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안개가 잦다. '음기가 세서 기가 센 영화인들과 잘 맞는다'는 충무로 속설을 증명이나하듯 항상 서늘한 느낌이 감돈다. 여기에 계속 비까지 내리니 촬영 분위기는 축 가라앉았다.

고난도 감정신이 이어져서 모두들 예민해져갔고, 촬영 종료시간이 늦어져도 다음날 집합 시간은 그대로인 강행군이 거듭됐다. 스태프들의 얼굴엔 불만이 늘어갔고, 프로듀서의 마음에도 먹구름이 가득했다.

그렇게 다들 지쳐가던 어느 날, 촬영을 앞두고 세트의 복도를 걷던 나는 어디선가 들리는 기타 소리를 따라가게 됐다. 아름다운 선율 위로 흐르는 감미로운 목소리에 절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 즉석 연주회는 바로 주연배우인 강동원씨가 마련(?)한 것이었다. 대기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동원씨는 분장실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나처럼 동원씨의 노래에 반해 여자 스태프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고, 자연스럽게 즉석 연주회가 마련됐다.

사실 '의형제'는 비중 큰 여배우가 등장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 어찌보면 삭막하기 짝이 없는 이 촬영장에서 소위 여배우의 역할을 한 이가 바로 동원씨다. 스태프들을 살뜰하게 챙기고 이렇게 종종 노래와 기타 솜씨를 발휘하며 분위기를 '업'시켰다. 프로듀서 입장에선 정말 고마울 뿐이었다.

< 김동철ㆍ'의형제'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