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 그린 꽃… 꺼지지 않는 에너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 중인 원미랑이 4일부터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에는 망사처럼 얇은 철망(鐵網)에 불로 그슨 꽃 형상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불꽃〉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얇은 철망이 모시 같아 여성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낸다. 불에 그슬린 꽃은 만개(滿開)한 듯하면서도 인간의 깊고 다양한 감정을 고온(高溫)에 녹여낸 듯도 하다. 때문에 아름다우면서도 뒤에 가려진 슬픔이 엿보여 어둡게 느껴진다.

원미랑은 1969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뒤 파리로 건너가 활동했고, 1970년대 후반부터는 미국에서 작업을 해왔다. 작가는 "외국에서 개인적인 아픔을 겪으면서 인생을 들여다보게 됐고 작품을 통해 상처를 치유했다"고 말했다. 원미랑은 지난 2000년 샌프란시스코 퍼시픽헤리티지미술관에서 열린 《공간과 중력에 대한 재정립》전(展)에서 돌덩어리를 공중에 매다는 설치 작품을 통해 작가의 내면을 은유적으로 보여줬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꽃을 테마로 삼은 것은 꽃이 갖는 다양한 의미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성장과 소멸을 겪으면서도 아름다움과 강한 에너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철망에 불로 꽃을 그린 것은 에너지와 생명을 영원히 새기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선컨템포러리에서 3월 27일까지 이어진다. (02)720-5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