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전투와 妥協

〈제7보〉(110~124)=퍄오원야오는 88년생으로 한국의 한상훈, 김형우 등과 동갑내기다. 지난해 이맘때 구리(古力)와 도요타덴소배 결승을 펼쳤지만 올해는 첫 무대인 제2회 비씨카드배 1회전서 탈락해 버렸다. 퍄오의 '새해 꿈'을 좌절시킨 기사는 한국의 베테랑 킬러 안조영. 이창호 또한 같은 대회 첫 판서 연구생에 의해 희생됐다. 정상권 기사들의 실력은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인지도 모른다.

110으로는 참고도 1로 젖혀가고 싶은데 무리. 3에 막아 패(覇)로 버티려 해도 4로 끊겨 견디지 못한다. 또 112는 '가'의 씌움이 일감(一感)인데 봉쇄가 안 돼 좋은 수가 아니다. 따라서 114와 115의 교환까지는 필연. 118은 결과론이지만 '나'로 날 일 자 행마하는 쪽이 나았다.

중원에서 한바탕 피바람이 불 것 같더니 어느새 서로 타협을 통해 정비했다. 고수들의 바둑은 거의 언제나 이렇다. 서로 사활이 걸린 수상전 같은 경우만 아니라면 웬만해선 칼을 뽑지 않는다. '죽기 살기'식 전투는 내게도 위험하므로 으르렁대기만 하다가 적당히 챙기고 물러선다. 120부터 123까지 피차 완벽한 경계선 긋기. 그리곤 124에 붙여갔는데, 이 수가 이 바둑의 종반전을 시끄럽게 만드는 단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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