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카메라 : 영화 '의형제'(3)] 송강호 등 거하게 한턱

그 뒤에도 촬영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 마지막 남은 촬영을 잘 끝내자는 뜻에서 투자사인 쇼박스가 자리를 마련했다.

이 뒤 스태프와 두 배우가 함께 한 축구시합때도 술자리가 있었고, 그때마다 우리는 흥행 대박을 다짐하며 의기투합했다. 400만이 넘는 흥행 기록을 이어갈 환상 팀워크는 이렇게 다져졌다.

< 김동철ㆍ'의형제' 프로듀서>

오늘은 회식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한다.

영화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한편의 영화를 하는 동안 5~6번의 회식을 한다. 물론 주연배우가 많은 영화는 이보다 더 많은 회식을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보통 주연배우들이 한번씩은 거하게 내기 때문이다.

'의형제'의 경우, 초반에 영화가 잘 되게 해달라고 하는 고사를 치른 뒤 첫번째 회식을 했다.

첫 회식이라 스태프들도 서로 낯설고 배우들도 낯설어했다. 그렇게 흥겨운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두 번째 회식은 세트 촬영을 하는 사이에 있었다.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했지만 세트 촬영은 무척 힘들다. 안그래도 제작팀에서 회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송강호 선배가 이를 눈치채고 먼저 회식을 제의했다. 역시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연륜은 대단했다.

두번째 회식 반응은 대단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송강호 선배가 거하게 쏘셨기 때문이다. 송 선배는 베테랑답게 술자리 분위기를 한방에 띄우면서 스태프들에게 기를 불어넣어 주셨다. 이 덕분에 장마와 싸워가며 진행된 힘든 세트 촬영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세 번째 회식은 제부도 궁평항에서 예기치 않게 이루어졌다.

그날은 낮 촬영밖에 없었다. 그래서 촬영을 일찍 끝내고, 이왕 서해바다에 왔으니 조개구이라도 먹고 가자는 말이 나왔다. 스태프들도 예상 밖 회식이라 다들 너무 좋아했다.

네 번째 회식은 한규(송강호)가 베트남 보스를 잡으러 갔다가 지원(강동원)을 다시 만나게 되는 장면을 찍은 후 이뤄졌다. 실제로 영화를 촬영한 장소는 반도 자원이라는, 폐기물을 수거한 뒤 재활용해 건축 자재를 만드는 곳이다.

장소가 장소이다보니 먼지도 많고 촬영 여건이 좋지 않았다. 그런 장소에서 밤샘 촬영을 하고 들어가는 스태프들을 보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밤새 마신 먼지라도 씻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였다. 그 날 회식은 스태프들에겐 단순한 회식이 아니라 피로를 풀 수 있는 약이었다.

다섯번째는 동원씨가 준비했다. 바쁜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다보니 회식할 날을 잡지 못해 벼르고 벼르던 동원씨가 간신히(?) 날을 잡았다. 소래포구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포구에 있던 횟집에서 회식을 했다. 친해질 대로 친해진 스태프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원샷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