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실수 勝負論

〈제9보〉(143~153)=바둑을 예도(藝道)로 숭상했던 과거 일본식 관점에선 '완벽한 바둑'이 꿈이었다. 명국(名局) 묘수(妙手) 귀수(鬼手)가 최고의 가치였다. 하지만 스포츠와의 접목 후 바둑은 과정보다는 결과를, '멋진 수'보다는 '상대적 우월'을 지향하기 시작했다. 사실 인간들이 펼치는 승부치고 본질적으로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의 경쟁이 아닌 것이 있는가.

백이 △로 넘은 장면. 143을 손 빼면 참고1도 9까지 흑 귀가 거덜난다. 하지만 144가 불가피, 선수(先手)는 흑에게 넘어갔다. 145부터 148까지도 흑의 권리. 145로는 146자리까지 갈 수도 있지만 백이 외면할 테니 후수(後手)다. 149도 보기보다 매우 큰 수. 단순히 한 점을 이어가는 정도가 아니라 참고2도의 수단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흑 1, 3, 5가 묘착이어서 7까지 중앙에서 수가 난다. 2로 A는 흑 B가 선수로 듣는다.

152를 기다려 마침내 153이 떨어졌다. 이제 백 '가'의 단수엔 흑은 '나'로 받지 않고 '다'로 끊는다. 한국 검토석에서 탄식이 터지고 대국실의 이창호는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의 명제는 아직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