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영 한번에 '6가지 첫경험'

1. '회오리바람'으로 영화 주연

2. 쑥스러웠던 키스신 - 베드신 3. 연기 잘 했다고 상도 타고… 4. 해외영화제 초청장 받아 5. 비행기도 난생 처음 타고 6. 그래서 해외 나가본 것도…

　누구에게나 첫 경험은 중요하다. 어떤 이에겐 설렘과 떨림으로 꽉 차는 순간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겐 어리숙함으로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어떤 경우가 됐든 첫 경험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인생의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최근 배우로서 첫 경험을 훌륭하게 치러낸 행운아가 한 명 있다. 바로 연기자 서준영이다. 영화 '회오리바람'(감독 장건재)으로 인생에서 소중한 첫 경험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작품이 '회오리 바람'이에요. 키스신과 베드신도 이번이 처음이었고요. 아, 연기로 상을 받은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그동안 드라마만 해서 영화제에 초청받은 것도, 그것도 해외영화제에 초청받은 경우도 처음이에요. 좀 창피하지만 비행기를 탄 것도, 해외에 나가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에요.(웃음)"

독립 장편영화인 '회오리 바람'은 지난해 제28회 밴쿠버국제영화제에서 대상격인 용호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삶과 사랑을 리얼하게 그린 '회오리 바람'은 우리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10대의 정서를 관통시키며 주목받았다. 서준영은 10대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격렬한 사랑과 치열한 삶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연기해 지난해 제35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수상했다.

"10대를 지낸 남자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이에요. 여자친구와 도망가고, 부모님께 만나지 않겠다고 각서 쓰고, 학교 담 넘고, 오토바이 타는 장면들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고등학교 때 겪었던 경험이 있어서 특별히 연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다만 침 뱉는 연기가 좀 어려웠어요. 평소에 침을 안 뱉는데, 캐릭터가 시작부터 끝까지 침을 뱉거든요."

성장 드라마 '반올림3'에서 고등학생으로 데뷔한 서준영은 그동안 드라마 '쩐의 전쟁-보너스 라운드' '깍두기' '하늘만큼 땅만큼' '마왕' 등에서 주로 청소년과 대학생 역을 맡았다. 올해 스물넷이 됐지만 캐릭터는 아직 청소년과 성인의 중간에 서있다.

"연기하면서 교복을 자주 입어 고등학교를 10년째 다니고 있는 거 같아요.(웃음) 그러다보니 지금 고등학생들만의 언어도 거의 알 정도죠. 성인 연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고등학생 역할도 할 수 있을 때 하는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아역이라고 불리진 않으니까 언젠가 성인 연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겠죠."

서준영의 앳된 얼굴이 득인지 실인지 지금은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순리에 따라 캐릭터도 연기도 변화하고 있는 것은 맞는 듯하다. 현재 촬영중인 영화 '파수꾼'(감독 윤성현)에선 고등학생부터 성인까지의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지금은 배역보다는 작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분량이 적어도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죠. 그래도 선호하는 캐릭터는 이중인격자나 악역이 마음에 들어요. '마왕' 때 악역을 했는데 눈빛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또 바보나 거지, 장애인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이제 성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서준영. 10대처럼 맑은 눈을 지닌 그는 연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