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김대리는 車 수백만원 싸게 샀다는데…

자동차 회사의 상품·마케팅·영업 담당들은 차량의 '가격'이 시장의 모든 상황을 가장 세밀하게 보여주는 '시금석(試金石)'이라고 말한다.

특히 국산차 국내영업 담당들은 자사 및 경쟁사의 재고 상황, 판매 목표, 영업 현장 분위기를 종합해 매월 말에 다음달의 모델별 할인폭을 정하게 된다.

완성차 업체의 한 국내영업 임원은 "중·소형차급에서는 10만~20만원의 할인폭 변화에 따라 판매량이 크게 움직일 만큼 가격 탄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자동차회사들은 경쟁이 치열한 모델이나 재고를 빨리 소진해야 할 경우, 할인폭을 크게 높이기도 한다. 따라서 해당 회사가 할인폭을 높이는 이유를 잘 살펴보고, 차량의 매력이나 가치에 비해 할인폭이 더 큰 경우를 잘 판단해 사면 돈을 아낄 수 있다.

◆정책적으로 할인폭 높인 차량 눈여겨 봐야

올 3월 국내 완성차업체의 모델별 가격할인 조건을 살펴보면, 현대차와 GM대우의 할인폭 확대가 눈에 띈다.

현대차의 경우 내수점유율이 올 1월 50.1%에서 2월 46%로 떨어지면서, 주요 차종의 할인폭을 높였다. 현금할인이 아반떼는 지난달 70만원에서 이달에는 100만원으로, 그랜저는 30만원에서 70만원을 할인해준다. 또 생산시기가 작년 12월인 재고차량의 경우, 할인폭이 더 크다. 신형 쏘나타를 제외한 재고차량은 70만~300만원 더 싸게 살 수 있다.

기아차는 현대차에 비해 할인폭이 작다. 지난 1월 내수 점유율 28.5%에서 2월에는 31.2%로 올라 굳이 가격할인에 나설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차인 모닝 가운데 LPG 모델은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할인폭을 높였다. 최근 LPG 가격이 인상되면서 차량의 구입가치를 일부 보전해주기 위한 목적이다. 또 스포티지를 구입할 경우 자동변속기(144만원) 무상제공 또는 연이율 3%의 저리할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이달 말에 신형 스포티지가 출시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할인폭이 대폭 확대된 것도 눈여겨 볼 만한다. 현금할인이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120만원에서 290만원으로, 기아차 포르테 하이브리드는 140만원에서 290만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지난달 판매가 각각 200여대 수준에 불과하자 획기적인 판매진작책을 내놓은 것이다.

두 모델은 차량 구입 및 유지단계에서 각종 감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친환경차에 관심이 있다면 이번 기회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GM대우는 경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2010년형(3월 이전 모델)을 구입하면 35만원 상당의 내비게이션을 제공한다. GM대우는 이미 마티즈 전 차종에 동승석·사이드 에어백과 파워스티어링을 기본 장착하면서 가격인상폭을 최소화, 이미 50만원 정도 가격을 내렸다.

마티즈의 가격을 낮추고 내비게이션까지 공짜로 달아주는 이유는 경쟁모델인 기아차 모닝에 대한 판매 열세를 만회하기 위함이다. 마티즈는 작년 9월 출시된 신차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2832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7886대가 팔린 모닝에 크게 밀리는 것이다.

토스카는 할인폭을 120만원에서 150만원, 윈스톰(맥스 포함)은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늘렸다. 토스카·윈스톰 고객 모두에게 연이율 3.5% 36개월 할부도 적용한다. 이 정도의 저리 할부는 자동차회사에 상당한 출혈(出血) 요인이다. 내수 점유율 8%에 머물고 있는 GM대우가 판매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내놓은 셈이다.

르노삼성은 별다른 추가 할인이 없다. SM3, SM5 등이 신차효과로 인해 주문이 밀려 있어 할인폭을 높일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수입차도 판매현황 보고 구입시기 조절해야

수입차의 경우, 판매목표 달성을 위해 할인폭을 크게 높이거나 재고소진을 위해 과도하게 할인해주는 모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혼다코리아는 이달 중 시빅 하이브리드를 구입하면 300만원의 주유상품권 또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지난달 월간 판매가 4대까지 떨어지면서 판매를 늘려야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는 이달 중 2010년형 300C 시그니처 2.7 및 3.5를 사면 '평생 무상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격 조건을 내걸었다. 2월 수입차 전체 판매가 전월보다 소폭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18% 감소한 데 따른 특단의 조처다.

판매확대를 위해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를 살펴보는 것도 좋다. 폭스바겐코리아는 파사트의 월 리스료를 27만원으로 낮춰 제공한다. 선수금 30%, 유예금 65%로 4530만원의 파사트(TDI·TSI)를 36개월간 리스할 수 있다. 리스기간이 끝나면 유예금을 내고 차량을 소유하거나, 추가 리스로 차량 이용을 연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