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뉴스 인터뷰] 정석원, "스턴트맨에서 주연까지, 실감안나죠"

이 배우, 요즘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 종영한 MBC 드라마 '인연만들기'에서 젠틀하고 부드러운 규한 역으로 여심을 흔들어 놓더니, KBS 2TV '출발 드림팀 시즌2'에서는 맨발 투혼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며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 1일 방송된 MBC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지훈(최다니엘)의 후배 인턴으로 깜짝 출연해 선배의 양갱을 훔쳐먹고 구박당하는 어리바리 카메오로 화제를 모았다. 현재 촬영 중인 영화 '짐승'에서 데뷔 후 첫 타이틀롤을 맡은 정석원. 올해 그는 무공해 청정 액션으로 스크린까지 공략할 계획이다. "거친 액션신에 몸 성할 날이 없다"는 그의 몸에는 훈장 같은 상처들이 가득했다.

▶ 컴퓨터 맨손으로 박살내다가 6~7바늘 꿰매는 시련

해병대와 액션 스쿨 배우 출신으로 잘 알려진 그는 '짐승'에서 대역 없이 모든 액션을 소화했다. 국내 최초 와이어 없는 순도 100％의 액션도 문제 없었다. 현재 인천전문대 무도과에 재학 중인 정석원은 무술 종합 9단에 다양한 특수 자격증들도 보유하고 있다.

"영화에서 멋진 격투 장면 따위는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는다. 진짜 싸움만이 있을 뿐이다. 너무 리얼한 액션 때문에 촬영 관계자들이 많이 애를 먹고 있다. 싸움 장면에서 한 스턴트맨은 부주의로 코가 부러지기도 했다."

'짐승' 촬영장은 그야말로 전쟁터엿다. 장르 특성상 거친 촬영신이 많아 가벼운 골절과 작은 생채기는 부지기수다.

"동생이 납치됐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컴퓨터를 치는 장면이 있다. 이미 깨져 있는 컴퓨터였는데 잘못 치는 바람에 손이 찢어져 부상했다. 피가 멈추질 않자 병원에 가서 6~7바늘 꿰맸다. (촬영을) 하면 할수록 몸에 상처만 늘어간다. 이러다 끝날 때 쯤이면 완전 만신창이가 돼 있을 것 같다.(웃음)"

▶ 호주 공항 테러범 오인 억류, "답답하고 화나"

그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광고 촬영차 호주에 갔다가 공항에서 테러범으로 오인받아 곤욕을 치른 것.

"좋은 의미의 공익 광고 촬영이었다. 당시 '짐승' 촬영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촉박한 일정으로 혼자서 호주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현지 스태프와 합류해 하루 동안 촬영하고 돌아오는 스케줄이었다."

별생각 없이 입국 심사를 할 때 "하루 머무르며, 체류 목적은 여행"이라고 간단히 말했던 게 화근이 됐다. 185cm의 건장한 동양인 남자가 딱 하루 여행을 즐기기 위해 12시간을 날아왔다는 사실이 입국 심사를 하는 사람들의 의심을 샀다.

"촬영 때문에 몸에 상처가 좀 많았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보던 사람들이 급기야 짐을 검사했다. 짐에서 나온 디지털 카메라 속 사진들은 하필이면 피칠 분장된 영화 속 장면들이었다. 지갑에서는 여러 무술 단증과 라이프 가드 등의 특수 자격증까지 나와서 그들의 의심을 증폭시켰다. 결국 폭탄 테러 탐지 기계가 등장해 내 칫솔까지 검사했다. 현지 광고주와 연락이 닿아 구조(?)되기 전까지 억류 직전까지 몰렸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 스턴트맨으로 얼굴만 나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스턴트맨으로 활동하던 때 얼굴이 잠깐 화면에 나오는 것조차 신기해서 가족들과 TV 앞에 빙 둘러앉아 몇 번이고 화면을 되돌려 봤던 그다. 하지만 이제는 어엿한 드라마의 주조연급 역할을 꿰차며 활약 중이다. '짐승'의 타이틀 롤로서 스크린에 얼굴을 내밀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배우는 대사를 실수하면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지만, 액션은 사소한 실수가 당장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액션에서 동작을 맞추는 것을 '합'이라고 부르며 중시하는데, 연기 역시도 상대 배역과 호흡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 액션도 하나의 연기다. 액션스쿨에서 생활하면서 이런저런 힘든 일들이 많았다. 지금은 막연히 '잘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번 '짐승'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좋은 성적표를 얻어 앞으로 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