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행코스ㅣ 강원도의 산] 형제봉 (483m) - 강릉시 옥계면·동해시 묵호읍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약천 남구만(1629~1711) 선생의 시조다. 이 시조의 창작 무대인 사래긴 밭(장밭)에서 볼기짝처럼 생긴 형제봉(483m)이 올려다 뵌다. 왼쪽이 형님봉이고 오른쪽이 동생봉이다. 백두대간이 백복령에서 북동으로 뻗은 가지의  9km쯤에 매봉산(606.9m)을 솟게 했고, 산줄기가 북으로 틀어 강원도 강릉시 옥계와 동해시 경계에 형제봉을 일으켰다.

형제봉은 동쪽으로 망상해수욕장을 내려다보며 양 날갯죽지를 한껏 펼쳐 장밭, 금단, 올밑, 사이말, 괴란, 두암, 만우, 생계마을들을 품어 금계포란 형국을 이뤘다. 또한 칠재, 양촌, 음촌, 평촌 왕길터, 흑시, 권촌, 영내, 장산, 호명, 옹기점마을 등과 같이 옹기를 생산했던 마을을 등에 업고 있다. 이재학(블랙야크 삼척점)·손승일(노동부 태백지청)·권영희(태백여성산악회)씨, 삼척여성산악회 박금열·이미자·정현숙씨와 빗돌이 있는 장밭삼거리(발한←장밭삼거리→만우)에서 오른편 괴란동으로 드는 길을 따라 발을 옮기니 2007년 농악으로 상을 받았다는 괴란마을의 빗돌이 고목 아래 앉아 손을 반긴다. 등 굽은 소나무들만 촘촘히 모인 마을 숲이 웅숭깊어 조용한 것이 아름답다. 숲에는 성황당, 그네, 회관, 구판장, 괴란동 버스종점이 있다. 이름 하여 ‘사이말’이다.

 여기서 산행길은 둘인데 하나는 두암마을을 지나 277.9m봉 남릉에 이르고 또 하나는 사이말에서 예림재 가는 코스다. 둘 다 올라보기로 했다. 마을회관에서 우사 뒤로 금계포란형의 능선상에 오목한 예림재가 빤히 올려다 보인다.

사이말을 뒤로 하자 길이 둘이다. 오른쪽은 금단마을로 가는 길이고 왼편이 올밑마을 지나 예림재로 가는 길이다. 넓은 들에는 듬성듬성 우사들이 있고 산 밑 덤불 속에서는 오목눈이 떼가 후르륵 난다.

 “웃녘 새야. 아랫녘 새야. 천지고불 녹두새야. 녹두밭에 앉지 말고 저 넘어 부들 밭에 앉았거라. 워이, 워어이….”

정월 대보름 세시풍속에 풍년을 기원하는 새 쫓기 흉내를 내며 농로가 끝나는 비닐하우스 우사를 지난다. 예림재에서 동으로 뻗은 지릉으로 올라섰다. 움푹 파인 옛길이 뚜렷한데 사람의 내왕이 뜸하였던지 나뭇가지들이 거추장스럽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로 힘들지 않게 거미줄 같은 샛길이 많은 예림재다. 여기서 곧장 재를 넘으면 옥계면 남양리가 되고 형제봉은 왼편 남릉길만 따르면 된다.

예림이란 말은 금닭이 알을 품은 형국인 금계포란에서 나온 말인데 여림(如林), 계림(鷄林) 또는 계림현이라고도 하는 말이 변천됐다. 괴란마을 사람들은 옹기를 구입하거나 옥계장을 보러 넘어 다녔고 옹기를 많이 생산했던 남양리 사람들은 소금이나 해산물을 사러 묵호나 북평장을 보러 넘던 고개였다.

두암마을 두암골길을 따라 산행에 나선다. 실개천 길이다. 개천에는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고 소각한 흔적들도 보인다. 논밭머리 위로는 지리산 반야봉처럼 생긴 형제봉이 이쪽을 주시하고 있다. 형님은 아우집으로, 동생은 형님댁으로 밤새도록 볏단을 날랐다는 의좋은 형제이야기가 생각나는 두암마을이다.

예스런 모습의 담배건조장 건물이 있는 삼거리다. 왼편으로 산 밑에 농가가 한 채 있다. 산불감시초소가 보이는 곳이 두암재다. 형제봉에서 두암재로 하산할 계획이니 눈여겨 보아두고 곧장 개울길을 따라 직진한다. 감나무 위에는 까치밭이 그냥 있고 오동나무 가지에는 까치가 앉아 낯선 객을 경계한다.

‘두암골길 55-2’ 두암마을의 마지막 농가를 지나자 콘크리트 다리가 있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오른편 밭둑길을 따라 두암골로 든다. 숲길이다.

 두암골 합수점 징검다리를 건너기 바로 전에 묘 1기가 있다. 여기서 이제는 두암골과 이별하고 오른편 토끼길 같은 조붓한 숲을 헤치고 산사면으로 올라 소나무, 밤나무 사이를 지났다. 멧돼지가 처절하리만치 파헤쳐 놓은 묘가 있고 그 위에 있는 묘는 멧돼지들의 작태를 방지하기 위해 방지시설물을 설치해 놓아 피해가 없다.

지능선이다. 길이 훤히 뚫려 있다. 남쪽 형제봉 하늘 위로 한가로운 구름이 걸려 있다. 능선 따라 가는 소나무 숲길이 걷기 좋다. 별들을 뿌려놓은 듯 반짝거리는 길, 흙은 운모다. 곤줄박이도 솔가지에 앉아 조잘댄다. 예림재에서 올라오는 주능선 길과 만나더니 반짝거리던 운모 깔린 길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훠이훠이 속도 내 걸어도 숨이 차지 않는다. 쪽동백나무와 소나무 사이 동쪽으로는 한가한 겨울 망상해수욕장이다. 서쪽은 한라시멘트가 잘라먹은 백두대간 자병산의 허연 살이 흡사 눈이 쌓여 있는 것 같다. 동해시, 강릉시 경계를 왔다 갔다 하며 걷는다. 328m봉을 만나자 길은 오른편 강릉땅으로 슬그머니 돌아 나간다. 이후부터는 갈래길이 나타나도 주능선을 놓치지 않고 따른다.

동생봉을 콧등 위에 올려놓고 오르는 길은 된비알이다. 점점 경사를 더하더니 소나무 빙 둘러친 숲에 묘와 돌무더기가 반기는 형제봉의 동생 봉우리다. 형님 봉우리는 동남동쪽 능선으로 내려서 다시 5~6분을 올라서니 돌무더기와 동해시산악연맹에서 세운 표석이 있다. 내가 가진 지형도에는 표고 483m인데 표석에는 482m로 적혀 있다. 북쪽 나뭇가지 사이로 망운산, 망상해수욕장, 망상오토캠핑장, 검푸른 바다, 그리고 정동진의 기마봉, 괘방산, 피래산, 망기봉, 만덕봉이 뵈고 자병산 뒤로 석병산이 얼굴을 내밀었다. 동쪽은 묵호항의 뱃고동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남쪽은 숲이 없어 시야가 트였는데, 건너편 매봉산(606.9m)과 초록봉(362.7m)이 가깝고 백두대간상의 두타산, 청옥산, 고적대, 상월산 들이 시계방향으로 웅장하게 솟구쳤다.

하산길은 남쪽과 동쪽에 각각 있는데 남쪽은 장구목이~매봉산~남면치~백복령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 일행은 동쪽으로 하산하여 만우재~두암마을~괴란동버스종점에 닿는 원점회귀산행을 한다.

급경사를 내려서 왼편으로 길이 꺾이는 삼거리가 있다. 오른쪽길은 샘터인 모유천(母乳泉) 가는 길이다. 괴란마을에서 정비해 놓은 모유샘은 한겨울에도 얼지 않게 시설해 놓았다. 소나무, 신갈나무 아래 산사면을 끼고 도는 하산길로 30분쯤 물 흐르듯 내려서니 어떤 용도인지 모를 움막터가 있다. 여기서부터는 간간이 사방오리나무들도 있다.

대리석 상석을 한 남양 홍씨 묘도 지난 후 진지강화 훈련장이다. 솔방울을 조롱조롱 단 소나무들이 빼곡한 곳이다. 철도 침목으로 만든 급경사 계단길을 내려서면 길가에 있는 묘에는 훈련 중 훼손방지를 위해 줄을 쳐놓고 ‘조상숭배’ 글을 써 놓았다. 낙락장송숲에 군사시설물이 있는 만우재다. 만우재에서 왼편으로 내려서니 개가 짖는 외딴집과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그림 같은 두암마을이 앉아 있다.

산행길잡이

장밭빗돌~(20분)~괴란~(1시간50분)~동생봉~(10분)~정상~(1시간 30분)~괴란버스종점~(20분)~장밭빗돌

괴란마을 버스종점에 대형 버스 여러 대를 세울 수 있는 공터가 있다. 여기서부터 산행하면 40여 분을 줄일 수 있고 구판장도 있어 편리하다. 괴란 버스종점 솔밭의 산불초소 근무자에게 입산신고하면 산행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형제봉 산행이 성에 차지 않는다면 망운산이나 초록봉까지, 매봉산 지나 남면치까지 종주 산행도 가능하다.

교통

동해시 천곡동 흥국생명 앞에서 만우리와 괴란동행 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운행(1일 14회). 강원여객 묵호영업소(033-534-6628). 51번 버스는 만우리를 지난다. 노봉~사문재~시청~주공3차~천곡동굴~주공5차아파트를 경유하며 1일 4회 운행한다. 만우발 12:30, 18:22, 19:22, 21:00, 주공5차발 07:15, 08:15, 09:17, 17:38. 12-7번 버스는 1일 2회 만우리를 지난다. 경유지는 만우~주공3차~봉오동~북평~이도4동~대동아파트~쌍용후문~무릉계이다. 만우발 07:25, 13:25, 무릉계발 08:39, 20:54.

12-2번 버스는 1일 6회 통과한다. 만우~발한~운동장~양지마을~동해역~북평~대동아파트~무릉계를 지난다. 만우발 06:54, 08:05, 09:00, 10:10, 15:00, 16:35, 무릉계발 09:35, 12:38, 13:47, 17:02, 19:10, 22:00.

숙식 (지역번호 033)

동해시 대표음식은 항구도시에 걸맞게 오징어를 비롯 활어회, 해물탕, 러시아산 대게, 물회 등이 별미다. 묵호 어달횟집대게타운에 식당이 많다. 북평장터 먹거리촌에서 전통5일장을 둘러보고 메밀묵, 보리밥, 선지국밥, 산채비빔밥, 감자전, 도토리묵, 토종닭백숙 등의 별미를 맛볼 수 있다.

형제봉과 가까운 망상해수욕장의 모범음식점은 돌고래횟집, 오동동횟집, 큰집막국수설렁탕, 해림횟집 등이 있다. 동해 초구동에는 죽전식당(534-3925), 새들추어탕(534-6630) 등이 있다. 숙소는 낙원비치가족호텔, 별장모텔 등이 있으며 망상해수욕장 부근에 민박촌이 있다.

볼거리

인근에 볼거리가 수두룩하다. 명사십리 망상해수욕장, 망상오토캠핑리조트, 고래화석박물관, ‘동창이 밝았느냐’를 지은 약천 남구만의 창작무대인 심곡리 약천문화마을, 애국가 첫 소절의 TV 배경화면인 추암 촛대바위, 추암해수욕장, 추암조각공원 등이 있다.

/ 글·사진  김부래 태백한마음산악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