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양쪽 뺨 맞기

〈제11보〉(169~181)=구름 잡는 것 같은 포석 단계와 달리 끝내기 계산은 수학적, 구체적이다. 전자는 대개 '이 한 수'가 없는 데 반해 후자는 확실한 정답이 존재한다. 하지만 선, 후수 다툼에다 후속수단과 역(逆)끝내기 등 변수들이 얽히다 보면 '만점'짜리를 구하기란 쉽지 않을 경우도 많다. 그렇게 본다면 169의 입장에서 이 바둑이 흑 패배로 끝난 장본(張本)으로 자신이 지목된다는 건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백이 170~173의 역끝내기를 해치우는 순간 파랑새는 날아가 버렸다. 물론 169를 게을리하면 백 '가'를 얻어맞는다. '가'는 현재 반상(盤上)에서 가장 큰 곳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은 참고도 1이 옳았다. 백은 3으로 받고 있을 수 없어 2로 가야 하는데, 그때 흑3이었으면 역전 무드였다는 데 검토 기사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다시 174, 176으로 이어가니 흑은 양쪽 뺨을 모두 얻어맞은 느낌. 179는 보기보다 꽤 큰 곳이다. 나중에 '나'의 젖힘까지 보고 있어 약 6집 정도는 족히 된다. 180도 이 자리를 흑에게 당하면 훗날 한 수 더 손질이 필요한 곳. 181 치중은 무엇을 노리고 있을까. 이 바둑은 앞으로도 40여 수가 더 이어지거니와 쌍방 손 떨리는 마지막 드라마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