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줄줄이 예정된 최대 10조원 규모의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소문난 잔치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17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대한생명 공모가가 기관투자가의 저조한 참여로 당초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주식 공급이 늘면 주가가 떨어지는 까닭에, 대규모 IPO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대한생명의 경우 지난 5일 끝난 수요예측 결과, 최종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9000~1만1000원)보다 낮은 8200원으로 결정됐다. 대한생명 공모가격이 이처럼 낮아진 것은 기관투자가가 청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IPO 시장 규모는 10조원 이상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대한생명·삼성생명·만도·웅진에너지 등 대기업을 비롯,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등이 올해 새로 증시에 상장될 예정이다.
삼성생명의 공모규모는 최소 3조원에서 최대 5조원 수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0.3~0.4%에 달한다.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두 기업의 공급물량만으로도 역대 연간 IPO 최대 규모인 지난 1999년(3조8422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들 기업의 상장은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지난 1990년대 말에 월간 IPO 규모가 시가총액의 0.2%인 1조원에 달하자 주가가 하락했던 적이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대한생명과 삼성생명 등 대규모 IPO 물량이 대부분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면서 "이에 반해 오는 2~4월에는 서유럽 채권의 만기가 몰려 있어 해외자금 유입 여지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10여년 전인 지난 1999년과 2000년에도 주식발행이 문제가 돼서 시장 변동성이 컸던 사례가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대규모 증자에 나섰다. 부채를 감추기 위해 증자를 통해 자본을 늘린 셈이다. 이는 1998년과 1999년 초기에는 주가가 상승국면에 있어 부담이 되지 않았지만 2000년 초반 1000포인트 고점을 찍은 후 물량부담이 작용, 2000년말에는 500포인트대까지 떨어지며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IMF 당시 사례를 비교해 볼 때 올해 물량부담이 당장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선행지수 하락 등 경기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가 하락세로 방향을 틀면 물량부담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