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시네마 리뷰] '인빅터스'

꿈꾸는'기적'이 실현되는 영화속 세상

무난한 재미와 감동

　'인빅터스'가 무슨 뜻인지 찾아봤더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가 즐겨 암송한 시의 제목이었다고 한다. 어떤 시련과 고통이 찾아와도 굴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의 원제는 'Invictus'다. 영화를 보다 보니 왜 한국 제목에 '우리가 꿈꾸는 기적'이란 말을 붙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적'이라는 단어는 보통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쓰는 말이다. 영화의 주제를 이루고 있는 백인과 흑인들의 조화도 만델라(모건 프리먼 분)가 대통령으로 부임하기 전에는 결코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다.

그러나 만델라 대통령은 럭비팀 주장 프랑소와 피에나르(맷 데이먼)에게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할 것을 요구하고 기적적으로 피에나르의 팀이 우승을 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흑인 백인 할 것 없이 축제의 도가니가 된다.

이 영화엔 비극이 없다. 갈등은 모든 창작된 작품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그 갈등을 바라보는 관객은 스트레스나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때때로 우리는 모두가 싸움 없이 즐겁게 어울리는 세상을 꿈꾸고, 그 세상이 이 영화 속에서 아름답게 실현되는 재미에 극장을 찾는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상투적인 이야기를 엮어낸 솜씨도 매끄럽고, 모건 프리먼과 맷 데이먼의 연기는 역시 명불허전이다. 마지막 결승전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감동의 연속이다.

그러나 럭비가 대중적 인기를 얻지 않는 한국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공감이 조금 덜 갈 수도 있다. 너무도 이상적인 영화 속 상황이 때로는 설득력이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만델라 대통령은 완벽한 인품의 소유자로 묘사되고,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고비를 너무도 쉽게 넘기게 되는 점에선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실은 이렇지 않을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자주 '문제작'을 선보여온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번엔 '우리가 꿈꾸는 기적'을 통해 한번 쉼표를 찍기로 결심한 듯하다. 무난하고도, 적당히 깊이 있는 한편의 영화를 필모그래피에 추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 김현진ㆍ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