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의 현란한 '가족영화' 쉴 새 없는 볼거리 큰 매력

팀 버튼과 조니 뎁의 콤비 플레이를 기대한 관객은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을 잘 모르거나, 영화를 보고 난 뒤 그 이름을 떠올리는 관객들에게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4일 개봉)는 매우 재미있고 볼 것 넘치는 작품이다. 루이스 캐럴의 19세기 문학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그 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뒤섞어 새롭게 각색한 이 영화의 이야기는 어른들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어린이와 함께 보는 어른에게도 낯 간지럽지 않다.

열아홉살 앨리스(미아 바시코브스카)는 탐탁지 않은 남자로부터 공개 구혼을 받지만 정신은 온통 딴 데 가 있다. 그녀는 청혼에 대답하는 대신, 재킷 입은 토끼의 뒤를 따라가다가 토끼굴 속으로 떨어진다. 토끼굴 안에 펼쳐진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는 미친 모자장수(조니 뎁)를 만나고, 자신이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의 괴물 '재버워키'를 무찌를 기사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오즈의 마법사'를 헷갈리는 나이가 돼도 이 영화를 감상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영화에서 줄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만 원작 소설은 팀 버튼 감독에게 어떤 캐릭터와 영상을 만들 것인지 깊은 영감을 준 듯하다.

이 영화를 보며 가장 좋았던 것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볼거리들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붉은 여왕의 입술에 찍혀 있던 하트 모양의 립스틱 자국 말고는 원색이 거의 생각나지 않을 만큼, 이 영화에는 여러 가지 색깔이 현란하게 섞여 있다.

귀족들의 파티 장면을 묘사한 실사영화로 시작한 이 작품은 주인공이 토끼굴에 떨어지면서 온갖 현란한 색상의 세계로 인도한다(2D로 찍어 3D로 변환한 이 영화는 토끼굴 추락 같은 장면에서 관객들의 어깨를 움찔하게 한다). 트위들덤·트위들디 형제의 슬랩스틱 코미디, 흰 토끼와 겨울잠 쥐의 티격태격은 무척 귀엽다. 그 외의 다른 캐릭터들도 모두 모형으로 소장하고 싶을 만큼 귀엽고 독특하다. 물론 미친 모자장수를 연기한 조니 뎁은 과연 팀 버튼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맨 마지막 그가 추는 '으쓱쿵짝 춤'이 주는 경쾌한 즐거움이란).

그러나 이 모든 캐릭터를 압도하는 배우는 붉은 여왕 역을 맡은 헬레나 본햄 카터다. 기형적으로 머리가 크고 신경질적인 이 역할을 맡아, 본햄 카터는 한 치 모자람 없이 탐욕스럽고 악독하며 미련한 여왕의 모습을 연기했다. 특히 그녀가 짧게 내뱉거나 소리지르는 대사는 탁월하다.

이 영화는 미아 바시코브스카(21)란 여배우를 발굴한 작품이기도 하다. 19세로 훌쩍 커버린 앨리스를 연기한 그녀는, 고리타분한 현실을 거부하고 환상의 세계로 뛰어든 모험가이자 직접 검을 들고 괴물을 상대하는 잔다르크형 인물을 매력적으로 연기했다.

팀 버튼의 판타지가 성인들을 매혹해 온 것은 그가 어른들이 꾸지 못하는 꿈을 대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그의 변신으로 읽을 수도 있다. 이것은 팀 버튼의 가족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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