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프롬 파리 위드 러브

언뜻 로맨틱 코미디 같은 제목의 영화 '프롬 파리 위드 러브(11일 개봉)'는 아무 생각 없이 봐야 만족도가 높을 액션영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영화 제작자인 뤽 베송이 세계 영화관객들을 향해 "프랑스 영화를 사랑해 달라"며 지은 제목이라고 한다(번역하자면 '사랑을 담아, 파리에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뤽 베송은 007 시리즈 명작인 '007 위기일발(원제 From Russia With Love·1963)'에서 제목을 따왔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 고위관료를 폭탄 테러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임무를 띤 주불 미국 대사관 직원 제임스(조너선 리스 마이어스)와 미국 특수요원 왁스(존 트라볼타)의 좌충우돌 액션을 그린 이 영화는, '테이큰'을 연출한 피에르 모렐 감독의 세 번째 영화다. 이 영화의 국내 홍보문구가 '테이큰 감독 작품'인 것은 그만큼 기대를 불러 일으키는 동시에, 그것 말고는 별로 기댈 게 없는 영화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뤽 베송의 특기인 자동차 추격 장면의 긴박함은 이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총격전에서 탄창이 바닥나지 않는 무제한 사격과 주인공은 쏠 때나 맞을 때나 오로지 멋있기만 한 B급 액션의 전형적인 연출도 그득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영화의 재미는 거기에서 그친다.

작년 액션영화 '펠햄 123'의 악역 때보다 머리가 한층 짧아졌을 뿐 거의 달라지지 않은 존 트라볼타는, 영화가 아니라 실제로도 거들먹거리며 영화를 찍은 듯한 인상이다. 저예산과 뻔한 스토리이지만 재기 넘치는 연출로 영화 '테이큰'을 살렸던 피에르 모렐 감독은 녹음 파일의 배경음을 키워 범인을 추적하는 장면을 다시 한 번 우려먹는다. 고가도로 위에서 바주카포를 쏘아 차를 날리는 장면 역시 이미 수도 없이 본 액션이다.

이 영화는 이번 주 개봉작 중 가장 단순 과격한 영화다. 다시 말해 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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