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브리지스, 5수 끝에 남우주연상

8일(현지시각) 미국 LA에서 열린 제82회 아카데미상은 '인디 오스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전 세계적으로 25억달러를 벌어들인 이십세기폭스사의 '아바타'가 독립영화사인 서밋 엔터테인먼트의 '허트 로커'에 완패했기 때문이다. 서밋 엔터테인먼트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최근 명성을 얻은 영화사다.

이날 소니, 폭스, 워너브러더스, 디즈니, 파라마운트, 유니버설 등 이른바 할리우드 6대 메이저 영화사는 총 24개 오스카 중 11개를 받는 데 그쳤다. 나머지 13개 트로피는 모두 중소영화사 작품에 돌아갔으며, '허트 로커'가 이 중 6개를 휩쓸었다.

'허트 로커'의 캐서린 비글로 감독은 이날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아카데미는 유독 다양하고 풍부한 작품들이 경쟁해 무척 흥미로웠다"고 말했고, 마크 볼 프로듀서는 "이 영화를 찍던 2007년엔 '배급사를 찾을 수만 있다면, 심지어 누구라도 이 영화를 좋아해준다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허트 로커'는 이라크전에 참전한 미군 폭발물 처리반 병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폭발물 처리를 놓고 공포에 질리거나 서로 갈등하는 병사들의 심리를 묘사한 수작(秀作)이란 평가다.

이날 배우상에서도 화제가 쏟아졌다. 생애 다섯 번째로 오스카에 도전해 끝내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프 브리지스(61)가 그 남자 주인공. 그는 영화 '크레이지 하트'에서 알코올에 중독된 노(老) 컨트리 뮤지션을 열연, 1971년 첫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이래 처음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 영화는 주제곡 '더 위어리 카인드(The Weary Kind)'로 최우수 주제가상도 받았다. 브리지스가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 관중은 모두 열렬한 기립박수로 축하했으며, 브리지스는 "이렇게 신나는 직업을 갖게 해 준 부모님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의 부모 로이드와 도로시 브리지스는 모두 배우였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샌드라 불럭(46)은 생애 첫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수상의 기쁨까지 누렸다. 주로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해 온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오갈 데 없는 흑인 소년을 돌보며 미식축구 선수로 성장하도록 돕는 역할을 맡았다. 한편 그녀는 매년 아카데미 전날 발표되는 '최악의 영화상' 골든 라즈베리상에서 올해 영화 '올 어바웃 스티브'로 '최악의 여배우'에 꼽혀, 아카데미와 골든 라즈베리를 동시에 수상한 최초의 여배우로 기록됐다. 그녀는 전날 '최악의 여배우' 시상식에도 참석, "아마도 영화를 보지 않고 투표를 한 것 같다"며 '올 어바웃 스티브' DVD 약 300개를 관객에게 나눠줘 화제를 일으켰다.

한편 이날 남우조연상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독일군 장교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악역을 선보였던 크리스토프 왈츠가, 여우조연상은 흑인 소녀의 성장담을 그린 영화 '프레셔스'의 모니크가 각각 받았다.

이 밖에도 픽사 스튜디오의 수작 애니메이션 '업'이 최우수 애니메이션상과 최우수 음악상을 받아 2관왕에 올랐으며,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은 아르헨티나의 범죄 스릴러 '시크릿 인 데어 아이스'가 수상했다. 최우수 다큐멘터리는 일본의 돌고래 학살 현장을 고발한 영화 '더 코브'가 받았다.

다음은 그 밖의 수상작. ▲의상상: 더 영 빅토리아 ▲각색상: 프레셔스 ▲분장상: 스타 트렉 ▲단편영화상: 더 뉴 테넌츠 ▲단편 다큐멘터리상: 뮤직 바이 프루던스 ▲단편 애니메이션상: 로고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