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이 ‘대역전 드라마’의 서막을 성공적으로 장식했다. 10일 중국 상하이 한국문화원서 시작된 제11회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라운드 첫판서 이창호 9단은 중국 류싱(劉星) 7단을 147수 만에 흑 불계로 제압, 5년 전 본인이 이뤄냈던 ‘상하이 대첩’의 재현에 성공적 첫 발을 내디뎠다.
이창호는 이날 포석에서 우위에 선 뒤 상대의 추격을 받아 팽팽한 형세를 유지했으나 이후 류싱이 범한 과수를 정확히 응징, 하변을 크게 장악하면서 낙승했다. 바둑이 끝나는데는 단 1시간 남짓이 소요됐을 정도로 쉽게 풀어간 일전이었다.
이창호의 이날 승리로 올해 농심배 국가별 ‘잔여 병력‘은 한국 이창호 1명, 중국은 창하오(常昊)와 구리(古力) 2명이 됐다. 일본은 전날 하네(羽根直樹)가 류싱에 져 탈락하면서 전멸했다. 농심배는 한 중 일 3개국에서 5명의 대표가 출전, 승자가 계속 대국하는 연승제 방식으로 진행되며 마지막까지 병력을 남기는 팀이 우승한다.
최종라운드 돌입 전 한국 1, 중국 3, 일본 1명으로 절대 열세에 놓였던 한국은 이창호의 이날 1승으로 2승만 더 추가하면 역전 우승이 이뤄지게 됐다. 이창호는 11일 중국 4번 주자와 대결하고, 여기서 승리하면 12일 중국 5번 주자와 최후의 1전을 통해 우승국을 가리게 된다. 이창호는 지난 2005년 같은 상하이에서 벌어진 제6회 농심배 때도 한국의 최종 주자로 출전, 파죽의 5연승으로 극적 역전 우승을 이끌어내 큰 화제를 몰고왔었다.
한국은 1991년 이후 진로배 농심배 등 같은 형식으로 이어져 온 총 16년 간의 국가단체전에서 14회에 걸쳐 패권을 차지한 바 있다. 이창호는 지난 해까지 16년 간 유일한 ’개근생‘으로 한국 우승을 책임져 왔다. 1인당 1시간씩 주어지는 준속기전이며 우승국에겐 2억 원의 상금이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