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성룡의 '대병소장'

성룡은 여전하다. 올해 56세인 그는 이제 높은 곳에서 맨몸으로 떨어지거나 매운 고추를 한 움큼 먹지는 않지만 여전히 흙밭에 구르고 진창에 빠지며 온몸으로 액션 연기를 한다. 그의 새 영화 '대병소장(11일 개봉)'은 변함없이 유쾌하고 성실한 이 배우의 매력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중국 대륙의 양나라와 위나라 대혈전에서 살아남은 양나라 병사(성룡)는 위나라 군사 중 유일하게 생존한 장군(왕리홍)을 생포한다. 그를 데려가 논마지기나 포상받으려는 심사인데, 양나라까지 먼 길을 가기가 수월찮다. 도적떼를 만나는가 하면 험로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그가 생포한 장군은 사실 위나라의 태자로 형 대신 왕이 되려는 동생(유승준)의 추격을 받는 신세이기도 하다.

이상하게도 성룡이란 배우는, 그를 영화에서만 봤을 뿐인데도,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 그는 영화에서처럼 볼 때마다 웃을 것 같고 맡은 일은 꼭 해낼 것 같다. 그건 아마도 그의 출세작 '취권(1978)' 이후 30년 넘게 그가 보여준 영화 속 착하고 건실한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영화에서 대개 선한 쪽을 대표했던 성룡은 이 영화에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롭게 살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에서 좋으나 싫으나 "뭐, 좋구먼"이라고 수시로 내뱉는 것은 그의 낙관적인 인생관을 보여준다. 성룡도 이제 늙어가는 것이다.

성룡이 이 영화에서 돌멩이를 던져 올린 뒤 다른 돌멩이를 던져 맞추는 재주는 신묘하다. 이런 돌 던지기 재주는 영화 종반에 대단히 우스운 장면으로 이어진다. 6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천 쪼가리 하나를 나무에 두르고 거목에 올라가는 장면도 탄복스럽다(이런 연기를 한다는 것은 여전히 복근 단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코믹한 이 영화는 사뭇 비장한 결말로 끝맺는데, 성룡이 드러내는 낙관주의가 허무주의에 상당히 근접해 있음을 시사하는 듯하다. 병역 기피로 인터넷에서 뭇매 맞고 미국으로 간 유승준이 비중 높은 조연으로 출연했다. 연기가 좋은 편이다. 미국 헬스장에서 설움을 이겨냈는지 근육이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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