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1위 VS. 1위

〈제1보〉(1~20)=이창호는 이번 결승 돌입 시점만 해도 국내 1위였다. 쿵제(孔杰)는 여전히 중국 랭킹 1위다. 작년 이세돌 대 구리(古力)전에 이어 2년 연속 양국 톱 랭커끼리 패권을 다툰 셈으로, 이런 경우는 LG배서만 단 두 차례 이뤄졌다. 양국의 랭킹제가 2005년에야 도입된 데다, 동국인끼리 결승을 펼치거나 2위 이하 선수의 결승 진출이 빈번해 톱 랭커끼리는 번번이 비켜갔기 때문.

8까지 모든 소목(小目)에 서로 걸쳐가는 구도다. 귀를 굳히는 바둑이 유장(悠長)하다면 걸치는 바둑은 대개 급하고 타이트하다. 아직 10수도 안 놓였는데도 두 기사의 결의와 투지가 생생히 전해져 온다. 7과 9의 협공(挾攻)에 10의 역협공으로 살의에 찬 기운(氣運)이 절정에 달한다.

11로는 상변과 좌변에 흑의 원군(援軍)이 있으므로 참고1도처럼 갈라쳐 싸우는 것도 유력했다. 12는 축(逐)이 좋아야 둘 수 있는 수. 참고2도를 보자. 흑이 본보 15로 1에 두지 않은 것은 16까지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흑이 5로 6에 끊고 백5, 흑10은 백7로 모는 축이 성립한다. 19까지 타협이 이뤄진 뒤 20이 초반 논란의 한 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