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축머리 攻防

〈제2보〉(20~36)=인터넷 중계판 구석에 네티즌들의 베팅 배당률이 떴다. 이창호 쪽이 약 6대4로 높다. 쿵제가 이창호에게 이길 것으로 보는 접속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잠시 까닭 모를 비감함에 잠겨든다. 불과 6~7년 전까지만 해도 이창호는 '절대 신뢰'의 브랜드가 아니었던가. 당시엔 아무도 그가 둔 수에 대해 이의를 달지 못했었다. 어쩌다 한 판을 패할 때면 "져줬다"고 믿는 팬들이 상당수였다. 이창호의 무너진 카리스마를 통해 승부의 무상함과 영악한 세태를 동시에 절감한다.

20은 21과 교환돼 악수의 의미가 강하다. 22로 씌워 우상귀에서 얼마나 대가를 얻을지 궁금해진다. 23으론 참고도 흑1에 붙여 8까지의 처리도 가능한 장면. 그러나 귀에 아직 맛이 있긴 해도 일단 백의 형태가 좋다고 보고 23으로 자중했다. 24 이하 32까지는 과감한 결단이었지만 검토실 '여론'은 좋지 않았다.

이제 흑33의 젖힘, 백34의 절단과 흑35의 이음도 피차 내친걸음이다. 문제는 '가'의 곳 축(逐)의 성립 여부. 흑▲가 버티고 있어 당장 '가'로 몰 수는 없다. 12분의 숙고 끝에 쿵제는 36의 붙임이란 카드를 야심 차게 던졌다. 물론 이제는 백 '가'가 성립한다. 우상과 좌하를 잇는 수백리 길 '축머리 공방'이 화려하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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