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행코스 | 경상도의 산] 운봉산 (534m) - 경남 양산시 명곡동

태백에서 남쪽으로 줄곧 내닫던 낙동정맥은 영남알프스 산군을 거쳐 양산시를 동서로 가르며 천성산으로 이어간다. 천성산에서 다시 남쪽으로 뻗은 산릉에 운봉산(雲峰山)이 있다. 이 산은 지형도에는 나오지 않지만 부산이나 양산 인근의 산꾼은 물론 낙동정맥을 종주한 사람은 알고 있다. 양산시 명곡동과 법기리의 경계에 자리한 운봉산은 부산의 운봉산악회에서 명명한 산이다. 그러니까 운봉산악회의 모산(母山)인 셈이다.

운봉산은 산세나 산의 생김새는 별 특색이 없지만 지금은 현대중공업산악회에서 정상 표지목까지 세워 놓았다. 이 산과 연계된 동산(東山·289m)과 성황산(城隍山·331m) 역시 지형도에는 표기되지 않은 야산이다. 이 산들은 양산 시민들 외에는 아는 사람이 드물다. 이는 특별히 눈길을 끌 만한 풍광이나 매력을 느낄 만한 요소가 없다는 점도 있지만 주변에 유명한 산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날로 번창하는 양산 시가지를 가까운 곳에서 조망할 수 있고 더불어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보니 조용하고 호젓해서 좋다. 전체적으로 등로가 평이하고 탈출로가 많지만 낮은 산이라고 얕보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반복되는 오르내림은 체력과 지구력을 필요로 한다.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에는 오래된 산성(山城)과 고분군(古墳群)이 있어 고대사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어 좋다.

산행은 양산 시내에서 동산에 올라 능선을 따라 운봉산(낙동정맥)~580m 정맥 분기점~성황산~신기리 고분군을 지나 양산 시내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그러니까 동산과 성황산을 들·날머리로 하고 법기수원지가 보이는 운봉산을 반환점으로 말발굽형 산등성이를 잇는 것이다.

동산은 양산 시내에서 양산교육청을 지나 양산교회에서 경부고속도로 밑의 지하통로(계원사 팻말 보임)를 통과한다. 지하통로를 나서면 등산로 안내판과 계원사 빗돌이 보이고,  200m 정도 산길로 따라 올라가면 계원사라는 조그만 절집이 나온다. 절 오른편의 등산로로 접어들어 대나무 터널을 지난다. 보행등이 설치된 소나무 숲속의 원목 계단길로 오르다보면 사적 제95호인 중부동 고분군이다. 유적이 입지한 구릉 일대는 소나무 숲이 형성되어 무덤인지 숲인지 구분이 어렵다. 운동기구가 갖춰진 체육시설을 지나 사위가 트이는 능선에 닿는다. 산릉을 따라 이어지는 산성의 흔적은 사적 제98호인 북부동 산성으로 동산의 9부 능선에 돌로 쌓은 테뫼식 산성이다.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유물과 동쪽의 고분군을 근거로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한다. 곧장 동산에 올라선다.

양산의 동쪽에 있어 동산이란 이름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래는 부엉덤이라 불렸다고 한다. 육각정자가 쉼터를 제공하는 동산은 일망무제로 펼져진 조망이 백미다. 양산 시가지를 발밑에 두고 멀리 낙동강과 강을 낀 산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다. 앞으로 가야 할 등로가 훤하게 다가오고 멀리 영남알프스의 연봉들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동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바라보고 내려선다. 오른편에는 금정산 장군봉이 길게 드러누웠고 멀리 계명봉이 걸출하게 솟았다. 산봉우리 하나를 넘어 10분이 지날 무렵 소나무 숲속의 옹달샘 표시가 있는 간이체육시설을 만난다. 정면의 산봉우리를 직진해도 되지만 왼편 산허리를 돌아가는 길도 있다. 잠시 내려섰다가 오르면 287m봉. 왼편으로 양산시내에서 웅상(서창동, 소주동, 평산동, 덕계동)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도로가 낙동정맥 산줄기를 관통하는 법기터널로 이어진다. 동산에서 30분이면 닿는 이곳까지는 양산시민들의 산책코스로 길 찾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 월간산
  글·사진  황계복 전 부산산악연맹 부회장

여기서 빤히 보이는 고개까지는 능선 오른편으로 약간 나아가다가 경사가 급한 왼편 내리막길로 잇는다. 내려서면 샘터와 콘크리트 포장로다. 도로를 따라 왼편 고개로 올라서면 양산대학이 보이고, 등로는 오른편 농장으로 진입하는 넓은 길로 접어든다. 기도원을 지나고 한당농원, 하늘농장을 차례로 지나면서 포장, 비포장도로를 번갈아 걷게 된다. 고개에서 50분 정도면 ‘96명곡~법기 임도개설’이라 적힌 빗돌을 만나고 곧장 왼편 산길로 진입하게 된다.

계속되는 능선길을 놓치지 않고 25분 정도 오르면 낙동정맥길을 만나게 된다. 정맥길과 합류하는 지점에는 무덤이 있고,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산길로 북진하면 운봉산 정상이다. ‘운봉산 534m’라 쓴 말목과 수원지임을 알리는 콘크리트 표지가 있다. 이곳에 이르면 동쪽에 철마산·거문산·달음산을 비롯해 용천지맥 일부도 조망된다. 북쪽에 우뚝 솟은 천성산을 바라보며 정맥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길은 산불확산 방지를 위해 수목을 베어 놓은 방화선이다.

이제부터 고도는 낮아지고 가야 할 왼편 산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첫 번째 안부를 만나고, 3분 후에는 두 번째 안부에 이른다. 이 두 곳의 안부에는 왼편 명곡동 다람쥐캠프장으로 내려서는 하산로가 있다. 여기는 전체 산행코스의 반환점에 해당된다. 올라야 할 정면의 산길은 단내가 날 정도로 무척 경사가 가파른 지역이다. 정맥꾼들도 혀를 내두르는 급경사로 조급증을 버리고 쉬엄쉬엄 오르지 않으면 이내 주저앉기 십상이다. 20분 가량 올려치면 경사가 누그러지면서 곧 정맥 분기점(580m)에 선다.

고정식 나무의자 2개가 있어 숨을 돌리고 수통의 물로 목을 축인다. 땀이 식을 즈음 일어선다. 진행 방향 오른편(위쪽)은 천성산, 왼편으로 꺾어들어야 신기산성이 있는 성황산으로 연결된다. 성황산까지는 1시간 이상 소요되지만 곳곳에 표지판이 붙어 있어 힘들고 헷갈릴 만한 곳은 없다. 정맥길과 헤어져 서쪽 능선길로 잇다가 538m봉을 지나면 능선을 약간 비켜난 사면 길이다. 439m봉을 넘어 30분이 지날 무렵 나무벤치와 약수터가 보이고, 명곡농원으로 내려서는 샛길이 있는 갈림길. 대부분 내리막길이지만 조그만 봉우리 서너 개를 오르내리게 되는데, 다시 20분 정도면 천성산 표지판을 지나쳐 벤치가 있는 쉼터에 닿는다.

울창한 소나무 숲속으로 이어지는 이 산길은 찾는 사람이 많은지 제법 반질반질하다. 쉼터에서 내려서다가 갈림길을 무시하고 맞은편의 산등성이로 오른다. 산길이 좌우로 나눠지는 이곳에서 왼편으로 90도 꺾어 올라서면 성황산(331m) 정상이다. 산정에는 정상을 알리는 나무 팻말과 삼각점이 있지만 주변 조망은 시원찮다. 좁은 공간에 ‘大韓民國(대한민국)’이라 새긴 빗돌이 오히려 더 돋보이게 서 있다. 이곳 주변이 사적지로 지정된 곳임을 알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허물어진 성터가 눈에 보인다. 사적 제97호인 신기리 산성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가 낙동강을 통해 침입하는 왜구를 막기 위해 양산에 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기록과 성 안에서 신라 토기 조각이 발견되는 점으로 보아 신라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남쪽 동산에 남아 있는 북부동 산성과 쌍성의 형태를 이루고 있어 양산이 신라시대에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알게 한다.

산정에서 내려서면 성황사(城隍祠) 건물이 보인다. 조선시대에 고을 백성들의 안녕을 위하여 성황신을 모셨던 당집이다. 성황산의 이름은 이 성황사에서 유래되었다. 더불어 산성이 있는 산이라 하여 산성봉(山城峰), 성이 있는 북쪽 산이라 하여 북산(北山)으로 불리기도 했다. 또는 성황사 당집이 있어 서낭산이라고도 불렸으며, 신기리 산성 또한 성황산성(城隍山城)이라 부르기도 한다. 

성황사에서 직진하지 않고 오른편 산 사면을 따라 내려서면 양산 시가지가 빤히 보이는 산자락에 위치한 사적 제94호인 신기리 고분군을 만난다. 이 고분군은 북정리 고분군과 얕은 계곡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쪽에 있다. 6∼7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신라시대 무덤으로, 가야와 신라의 문물교류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는 유적이다. 고분군을 벗어나 내려서면 양산시내가 지척이다.

산행길잡이

○양산 남부시장~계원사~동산~정상~580m 갈림길~성황산~신기리 고분~신기주공아파트 버스정류장  <6시간 소요>

○양산 남부시장~계원사~동산~정상~다람쥐캠프장 갈림길 안부~명곡 마을버스정류장 <3시간30분 소요>

○양산 신기동 해강아파트~성황산~580m 갈림길~다람쥐캠프장 갈림길 안부~명곡마을버스정류장 <3시간 소요>  


교통

양산은 부산과 접해 있어 부산 시내버스와 전철을 이용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래서 산행은 부산을 경유하는 것이 편리하다. 각 지역에서 출발하는 기차 또는 고속버스, 시외버스(노포동 종합터미널행)를 이용했을 경우, 부산 온천동 롯데백화점 동래점 앞에서 출발하는 양산행 세원여객 12번으로 갈아타고 양산 남부시장에서 내린다. 날머리 역시 신기주공아파트 버스정류장에서 12번을 이용하면 되고, 차편은 자주 있다.


숙식(지역번호 055) 

숙식은 양산 시내에도 가능하지만 부산을 경유한다면 굳이 양산까지 갈 필요는 없다. 부산 온천장 주변은 온천수를 이용할 수 있는 숙박업소는 물론 먹거리 집들도 많다. 또 산행 들머리까지의 대중교통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산행 후 출출한 속을 채우려면 양산 북정 탑마트 근처에 있는 해초식당(381-8233)을 찾으면 된다. 해초라는 이름답게 해산물을 위주로  물회부터 얼큰한 매운탕까지 맛볼 수 있다. 북부동 기업은행 건너편의 동보식당(384-1516)은 갈치구이 정식과 갈치찌개 정식이 유명하다. 갈치는 제주산 상품만 쓰기 때문에 약간 비싼 편이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정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