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식의 시네마 오디세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입력 : 2010.03.12 14:29
| 너무 늙어버린 '19세 처녀' 앨리스 |
팀 버튼 감독은 좀 억울할 지도 모르겠다. 처음 시도한 3D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기술 측면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상한...'의 3D 영상은 나름대로 장점을 갖고 있다. 앨리스가 하늘을 나는 괴물에게 쫓기고, 돌멩이가 날아다니고, 음흉한 고양이 체셔가 깜짝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장면들은 꽤 입체적이고 역동적이다. 꽃과 나무로 이뤄진 숲, 붉은 여왕의 궁전은 화려하다. 볼 만하다.
그러나 '이상한...'은 때를 잘못 만났다. 정확하게는 한발 늦었다. 영상혁명으로 불리는 '아바타'의 3D 기술, 특히 배우들의 감정까지 잡아내는 이모션 캡처를 경험한 관객들에게 '이상한...'의 3D는 철 지난 바닷가처럼 느껴진다. 김연아의 초절정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본 후 아사다 마오의 고난도 연기를 보는 것 같다. 3D영상은 일단 관객 유인 요소로서는 흡인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팀 버튼의 장기인 상상력이 남는다. 그는 판타지 영화의 최고수로 꼽힌다. 환상적이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팀 버튼은 그동안 '가위손', '배트맨' 시리즈, '찰리와 초콜릿공장', '유령신부', '빅 피쉬', '스위니 토드'와 같은 걸작을 선보였다. 고정팬도 많다. 여기에 모자장수로 출연한 톱스타 조니 뎁과는 찰떡궁합을 과시한다. 벌써 일곱 번째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상한...'은 호재가 많다. 원작 자체의 명성이야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내용 또한 팀 버튼의 장기인 판타지 영화로 제격이다. 어린 소녀가 토끼를 따라 들어간 원더랜드에서 겪는 에피소드들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사건들이다. 흥미진진하다. 감독과 배우의 호흡, 3D영상 등도 영화의 밀도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단지 '아바타'와 비교되는 3D 영상의 상대적 허술함 때문만은 아니다. '팀 버튼다운' 기발한 상상력의 부재 탓이다. 뻔하고 진부한 스토리, 매끄럽지 못한 편집도 몰입을 방해한다.
영화는 원작소설의 틀을 살짝 바꾼다. 앨리스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다. 19세로 훌쩍 컸고, 귀족 청년의 청혼을 받는다. 앨리스는 완벽한 어른의 세계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한다. 혼자 도망치다가 토끼굴로 들어간다. 10여년만에 '이상한 나라'를 다시 찾는다. 영화의 진수는 여기부터다. 앨리스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고, 모험을 시작한다.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의 공포정치로 떨고 있다. 동생인 하얀 여왕은 '착한 나라'다. 앨리스는 하얀 여왕 편이 된다. 익숙한 설정도 나온다. 키가 작아지는 약, 키가 커지는 케이크, 조끼 입은 하얀 토끼, 쌍둥이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애벌레 등이다. 팀 버튼은 새로움과 익숙함을 적절히 조화시킨다.
문제는 새로운 설정이 새롭지 않다는 데 있다. 붉은 여왕과 하얀 여왕의 대결은 전형적이다. 그 선악의 틈바구니에서 온갖 고난을 뚫고 해결사 역할을 하는 앨리스의 활약은 영웅의 표본이다. 고난의 내용, 신기한 캐릭터들과 티격태격하는 에피소드도 익숙하다. 권선징악의 주제를 표면화한 고전소설 혹은 교과서 같은 성장소설 같다. 기발한 상상력은 거품처럼 스러지고 없다. "멋진 사람은 다 미쳤다"는 대사를 처음과 끝에 의도적으로 배치하고, 노처녀 고모에게 "왕자는 없다. 꿈 깨라"고 일갈하는 장면은 전혀 '앨리스'답지 않다. 19세의 앨리스는 너무 늙은 것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앨리스'는 정의의 해결사가 아니다. 심청 못지 않은 효녀도 아니다. 아무리 말괄량이 소녀에서 성숙한 처녀로 성장했다고 해도 그렇다. 팀 버튼 감독은 왜 꿈을 버리고 현실을 선택했을까. '이상한...'은 개봉 시기나 스토리가 의도하지 않게 꼬여버린 영화가 됐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
그러나 '이상한...'은 때를 잘못 만났다. 정확하게는 한발 늦었다. 영상혁명으로 불리는 '아바타'의 3D 기술, 특히 배우들의 감정까지 잡아내는 이모션 캡처를 경험한 관객들에게 '이상한...'의 3D는 철 지난 바닷가처럼 느껴진다. 김연아의 초절정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본 후 아사다 마오의 고난도 연기를 보는 것 같다. 3D영상은 일단 관객 유인 요소로서는 흡인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팀 버튼의 장기인 상상력이 남는다. 그는 판타지 영화의 최고수로 꼽힌다. 환상적이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팀 버튼은 그동안 '가위손', '배트맨' 시리즈, '찰리와 초콜릿공장', '유령신부', '빅 피쉬', '스위니 토드'와 같은 걸작을 선보였다. 고정팬도 많다. 여기에 모자장수로 출연한 톱스타 조니 뎁과는 찰떡궁합을 과시한다. 벌써 일곱 번째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상한...'은 호재가 많다. 원작 자체의 명성이야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내용 또한 팀 버튼의 장기인 판타지 영화로 제격이다. 어린 소녀가 토끼를 따라 들어간 원더랜드에서 겪는 에피소드들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사건들이다. 흥미진진하다. 감독과 배우의 호흡, 3D영상 등도 영화의 밀도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단지 '아바타'와 비교되는 3D 영상의 상대적 허술함 때문만은 아니다. '팀 버튼다운' 기발한 상상력의 부재 탓이다. 뻔하고 진부한 스토리, 매끄럽지 못한 편집도 몰입을 방해한다.
영화는 원작소설의 틀을 살짝 바꾼다. 앨리스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다. 19세로 훌쩍 컸고, 귀족 청년의 청혼을 받는다. 앨리스는 완벽한 어른의 세계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한다. 혼자 도망치다가 토끼굴로 들어간다. 10여년만에 '이상한 나라'를 다시 찾는다. 영화의 진수는 여기부터다. 앨리스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고, 모험을 시작한다.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의 공포정치로 떨고 있다. 동생인 하얀 여왕은 '착한 나라'다. 앨리스는 하얀 여왕 편이 된다. 익숙한 설정도 나온다. 키가 작아지는 약, 키가 커지는 케이크, 조끼 입은 하얀 토끼, 쌍둥이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애벌레 등이다. 팀 버튼은 새로움과 익숙함을 적절히 조화시킨다.
문제는 새로운 설정이 새롭지 않다는 데 있다. 붉은 여왕과 하얀 여왕의 대결은 전형적이다. 그 선악의 틈바구니에서 온갖 고난을 뚫고 해결사 역할을 하는 앨리스의 활약은 영웅의 표본이다. 고난의 내용, 신기한 캐릭터들과 티격태격하는 에피소드도 익숙하다. 권선징악의 주제를 표면화한 고전소설 혹은 교과서 같은 성장소설 같다. 기발한 상상력은 거품처럼 스러지고 없다. "멋진 사람은 다 미쳤다"는 대사를 처음과 끝에 의도적으로 배치하고, 노처녀 고모에게 "왕자는 없다. 꿈 깨라"고 일갈하는 장면은 전혀 '앨리스'답지 않다. 19세의 앨리스는 너무 늙은 것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앨리스'는 정의의 해결사가 아니다. 심청 못지 않은 효녀도 아니다. 아무리 말괄량이 소녀에서 성숙한 처녀로 성장했다고 해도 그렇다. 팀 버튼 감독은 왜 꿈을 버리고 현실을 선택했을까. '이상한...'은 개봉 시기나 스토리가 의도하지 않게 꼬여버린 영화가 됐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