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극적인 역전 우승

이창호가 또 해냈다. 12일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막을 내린 제11회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국에서 이창호 九단은 중국 창하오(常昊) 九단마저 231수 만에 흑 불계로 제압, 3연승으로 한국의 극적 역전 우승을 완성해냈다. 지난 2005년 같은 대회 때 이창호 자신이 5연승으로 한국 우승을 이끌었던 '상하이 대첩'을 또 한 번 연출한 쾌거였다.

최종국의 바둑 내용도 극적이었다. 흑은 초반 몇 차례의 완착에 이어 우변 대마가 잡혀 일찌감치 절망적인 형세로 몰렸다. 그러나 이창호의 불가사의한 반격이 시작된 것은 이때부터. 하중앙 상대 약점을 찌르면서 기회를 잡은 흑은 이후 바둑이 끝날 때까지 무시무시한 기세로 전 판을 흔들었다. 혼비백산하던 창하오는 좌변이 모조리 함락하고 나서야 비로소 항서를 썼다.

인터넷으로 이 바둑을 해설한 목진석 九단은 "흑이 역전승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보여준 공격력·결정력엔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정말 자랑스럽다"며 감탄을 거듭했다. TV와 인터넷 중계를 통해 대국을 지켜본 바둑 팬들도 거짓말 같은 역전 드라마에 열광했다.

이번 대회 제패로 한국은 농심배·진로배 등 한·중·일 3국 단체 연승전 형식의 대회에서 17년 동안 15회 우승이란 절대 강세를 유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