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전 펀드팀장의 '재테크 파일'] 17년간 1위국 매년 달라… 따라가다간 낭패

2001년 러시아→2002년 파키스탄→2003년 태국→2004년 콜롬비아→2005년 이집트→2006년 중국→2007년 페루→2008년 모로코→2009년 브라질.

최근 수년간 22개 신흥국 중 연간 증시 투자수익률 1위 국가들의 리스트다. 단 한 해도 1등 국가가 겹치지 않는다. 지난 2~3년 전부터 국내 펀드 투자자들 사이에 신흥국 증시 투자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투자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을 미리 점친 뒤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본지가 라자드자산운용과 함께 지난 20년간 신흥국 22개국과 선진국 10개국의 연도별 증시 투자 수익률(2002~09년은 배당금을 재투자한 것으로 전제)을 분석해 본 결과, 고수익을 내는 투자 지역은 매년 변동했다. 따라서 직전 연도 고수익을 올린 국가를 뒤늦게 쫓아가다가는 자칫 '꼭지'를 잡을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2개국 중 17개국 1위 올라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브라질·인도·러시아·페루 등 신흥국 22개 국가들 중 지난 20년간 1위를 기록한 곳은 17개국에 달했다. 페루·브라질·러시아만 각 두차례씩 1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지난 17년간 기준으로 보면 투자수익률 1위 국가가 단 한번도 겹친 적이 없다는 뜻이다.

특히 연도별 투자 수익률 상위 5개국과 하위 5개국을 비교해 보면, 직전 연도에 하위권을 맴돌았던 국가들은 다음해 상위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았다. 예컨대 러시아 증시는 2008년 73.9% 주가가 폭락하며 꼴찌에서 두번째로 하락률이 컸다. 그러나 2009년에는 104.2% 급등해 상승률 3위를 차지했다. 인도 역시 2008년에는 하위 3위(-65.6%)였지만, 2009년에는 상위 4위(102.8%) 상승률을 기록했다. 거꾸로 2007년 상위 3위 상승률을 기록한 터키(74.1%)는 2008년에는 하위 4위(-62.3%)로 떨어졌다. 전년에 상승률이 낮았으면 다음해에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높아지는 이른바 '바닥효과' 때문이다.

미국·일본·이탈리아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이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10개 선진국을 비교했을 때, 2007년 꼴찌였던 일본 증시는 2008년 주가 하락기에는 가장 선방했다. 2008년 주가 하락률 1위였던 호주는 작년에는 상승률 1위(76.4%)로 돌아섰다.

올 들어서는 어떨까? 작년 신흥국 증시 중 하위 3위(39.74%)로 저조한 성적을 냈던 이집트는 올 들어 두달여 만에 주가가 9% 이상 뛰어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작년 하위 1위와 2위를 기록했던 모로코와 체코 증시도 올해 각각 5%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두차례만 상위권 진입

다만 상위 5개국 기준으로 살펴보면 신흥시장 증시 주도국가가 나타난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상위 5위국을 주도하는 국가군은 점차 변화하고 있다. 신흥국의 경우 1990년대에는 그리스·멕시코·칠레·아르헨티나 등이 상위권에 자주 오른 반면, 2000년대 들어서는 러시아·콜롬비아·페루가 각각 4개 연도에 상위 5위권에 진입했다. 브라질·요르단도 3차례 상위권에 진입했다. 국내 펀드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중국 지역은 2006년(1위)과 2007년(5위) 두 차례만 상위권에 진입했다. 선진 10개국 역시 1990년대에는 미국·스위스·프랑스 증시가 선두에 나섰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스페인·호주·캐나다·일본 등으로 주도국이 바뀌었다.

◆"신흥국에 압축 분산투자해라"

지난 2006년 국내 주식형펀드가 1.6% 수익을 거두는 동안 중국 펀드가 72%라는 고수익을 내자, 국내 투자자들은 2007년 한해에만 16조9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중국펀드에 넣었다. 특히 중국 증시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2007년 10월 전후에 자금 유입이 집중됐다. 하지만 2008년과 2009년 중국 증시는 신흥국 중 상위 10위권에 끼지 못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꼭지'를 잡은 셈이다.

라자드자산운용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10년간 11개의 세계 주요 주식·채권지수 중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지수의 수익률이 6차례나 1위를 기록했다"며 "결국 신흥국에 투자해야 수익이 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지역에 투자할 것인지는 전문가라도 집어내기 어렵다"고 했다. 신흥 아시아국가들을 골고루 분산투자하는 이머징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분산투자 대상국을 축소해야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팀장은 "지나치게 많은 국가에 분산 투자하면 수익률이 오히려 낮아지는 역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어 "1970년대는 원자재, 1980년대는 일본, 1990년대는 미국, 2000년대는 신흥시장 등 시장을 주도하는 큰 흐름을 봐 가면서, 투자금액이 그리 크지 않다면 2~3개 지역에 분산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전 세계 유동성(자금)이 줄고 있는 시점에서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중에서도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튼튼한 'BR(브라질·러시아)'지역이 낫다고 이 팀장은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