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그림 '포토제닉 드로잉'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가 구성수의 개인전 《포토제닉 드로잉》(Photogenic Dra wing)에서는 작가의 달라진 작품을 볼 수 있다.

구성수는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정체성 없는 서구문화를 보여준 '매지컬 리얼리티(Magical Reality)' 시리즈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시리즈를 통해 서구의 다양한 이미지를 믹서기에 갈아버린 듯 마구잡이로 혼용해 쓰는 우리 문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포토제닉 드로잉' 전시는 붓이나 연필이 아니라 빛을 이용해 그린 이미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구성수는 "예술로서의 사진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카메라가 빚어내는 기계적 이미지가 아니라 빛으로 그린 그림을 보여주자는 의미에서 포토제닉 드로잉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주(主)가 되는 '식물 시리즈'는 작가의 고민을 담은 작품들로, 회화와 사진·조각 과정이 담겨 있다. 우선 찰흙에 식물을 유리판으로 눌러 음각(陰刻)을 만든 뒤 그 위에 흰색의 시멘트를 부어 굳혀 양각(陽刻)을 만들었다. 그 위에 작가가 직접 식물의 색을 칠한 뒤 이를 다시 사진으로 찍었다. 언뜻 보기엔 책갈피에 끼우는 압화(壓花) 같다. 작가는 "식물 시리즈에 등장시킨 식물의 종류도 '향기별꽃' 같은 토종 야생화를 구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식물 시리즈'가 중심을 이루지만 구성수의 '매지컬 리얼리티' 작품 경향을 볼 수 있는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는 23일까지 열린다. (02)549-7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