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법자', 묻지마 살인 만큼 잔혹한 트라우마 남긴 아쉬움

[스포츠조선 T―뉴스 이진호 기자] 요즘 같은 세상에 과연 법이란 게 실효성이 있을까?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흉악 범죄들과 사형제 존폐 여부에 대한 논의를 보면 이같은 고민은 더욱 커진다. 영화 '무법자'는 이같은 시국을 반영하는 작품. 강력반 형사 오정수(감우성)가 과거 납치사건 피해자였던 아내(이승민)와 딸이 묻지마 살인을 당하자, 복수를 감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기 내공이 20년이나 되는 감우성의 내면 연기와 이승민의 완벽한 캐릭터 소화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조용함 속에서 땀을 쥐게하는 스릴러적 요소와 충격적인 반전 또한 흥미를 더한다. '무법자'는 영화적 재미만 놓고 평가한다면 범작 이상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작품이 단지 이슈와 흥미에 치우친 듯한, 말초적인 요소가 강하다는 점이다. 김철한 감독은 "영화를 통해 해당 살인사건의 관계자들과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진정으로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어지는 잔혹한 장면과 디테일한 살인 방법, 그리고 소름돋을 정도로 충격적인 설정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장황하게 늘어트려 놓은 사건에 비해 다소 부실한 결말을 보면서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보다 범죄 모방에 대한 걱정과 사회에 대한 불신감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특히 오정수의 친구를 위선자 신부로 연출하면서 이어진 종교적 설교와 믿음 또한 공허한 울림에 그쳤다. 이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희망 줄마저도 끊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오정수는 PTSD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이 증상은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다. 경악할 만한 설정과 충격적인 장면의 연속은 '무법자'가 관객들에게 또 다른 트라우마를 강요하고 있는 듯하다. '무법자'의 영화적 재미를 떠나 '살인과 복수가 아니라면 그들을 벌할 수 없는가'라는 작품 외적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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