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기세의 충돌(衝突)

〈제5보〉(65~81)=바둑실력은 10대 후반부터 급상승, 20~25세 무렵에 절정을 이룬다. 그 이후엔 원숙함이 가미될 뿐 성적은 뒷걸음친다. 백 명이면 99명은 그렇다. 쿵제도 25세 되던 2007년 잠깐 중국 1위에 오르더니 꼭 1년 뒤 랭킹 6위까지 밀려났다. 누가 봐도 조락(凋落)의 길로 접어드는 코스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2009년부터 3개 국제대회를 석권하며 28세에 세계의 톱으로 올라섰다. 불가사의한 기사다.

65로는 참고1도 1이하의 하변 파괴가 시급해 보이지만 백의 외곽이 너무 두터워져 좋지 않다. 백이 67 정도로 정비하면 그때 하변에 뛰어들겠다는 계산. 그러나 흑의 의도를 간파한 백이 66으로 변신했고, 67의 호처는 흑이 점령했다. 쌍방 기세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이다.

68이 백의 노림수. 73으로 76 쪽에서 눌러 백 2점을 제압하는 수는 없었을까. 참고2도가 그 답이다. 16까지 우변 백 6점을 버림돌로 최대한 싸발리면 잡고도 불만이다(15…10). 16 다음 흑A가 불가피해 백의 선수(先手). 게다가 훗날 백B면 늘어진 패(覇)의 모습이다. 백의 외곽이 두터워지는 동안 흑도 79를 차지해 균형을 맞췄다. 81로 마침내 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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