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는 늘 행복? 그건 인간의 환상"

"돌고래의 미소는 자연 최대의 사기(deception)일 뿐입니다. 돌고래가 늘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건 환상이죠."

일본의 돌고래 살육 현장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더 코브(The Cove)'로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미국의 루이 시호요스(Psihoyos·53) 감독이 환경운동연합 초청으로 17일 내한해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국내에 머물면서 울산 장생포의 포경 현장과 고래생태체험관을 살펴볼 예정이다.

―수상 소감을 말씀해주십시오.

"조지 클루니가 저에게 '(내가 출연한) 오션스 일레븐보다 당신 영화가 낫다. 왜냐하면 실화니까'라고 하더군요. 플랑크톤부터 고래까지, 모든 생명은 평등합니다. 영화 속 현장은 지구 해양의 소우주(microcosm)입니다. 자크 쿠스토(프랑스 해양탐험가)는 '바다는 침묵의 세계'라고 말했지만, 스쿠버 다이빙을 해보면 모든 바다 속 생명체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런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작년 10월 국내 개봉한 '더 코브'는 일본의 어촌 다이지(太地)에서 돌고래를 대량 사냥하는 현장을 담았으며, '작은 만(灣)'을 뜻하는 영화제목은 돌고래 피로 새빨갛게 물든 현장의 해역을 가리킨다. 몰래 찍은 이 영화는 웬만한 첩보 스릴러를 능가하는 긴장감을 준다. 이 영화는 올 5월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다시 상영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충고하길 '배(船)와 동물 이야기는 영화로 찍지 말라. 그 두 가지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사실 이 영화를 찍은 것보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도록 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다큐멘터리는 잘 보지 않잖아요."

―이 영화로 일본 정책에 변화가 있었습니까.

"영화에 나오는 현장에서는 돌고래 살육이 금지됐습니다. 작년 도쿄영화제에서는 우리 쪽에 온 기자들이 '아바타'보다 더 많았습니다. 물론 다이지 시장과 시민, 변호사들도 왔습니다. 소니픽처스가 이 영화를 일본에서 배급하려 했지만 자살 협박을 받았다고 합니다."

―영화 촬영 후 다이지에 다시 간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갈 수는 있지만 아마 나오지는 못할 겁니다. 하하하.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될 테니까요."

―영화에 다이지 시민들 입장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들은 돌고래 사냥을 400년 된 전통이라고 말합니다. 제가 사는 미국 콜로라도에는 핵폭탄 격발장치를 만드는 산업이 오래됐습니다. 그들도 똑같이 말합니다. 오래된 산업이고 달리 일거리가 없다고요. 일본은 400년 전 카누를 타고 돌멩이로 돌고래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1930년부터는 선단(船團)으로 돌고래를 몰아서 살육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전통을 바꿀 때가 됐습니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은 작년 10월 다이지에서 돌고래 4마리를 수입했으나, 이 중 1마리는 작년 말 폐사했다. "그 돌고래는 그나마 예쁘게 생겨서 고기로 팔리지 않고 살아남았지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겁니다. 범고래는 야생에서 인간을 죽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지만, 미국 테마파크 '시 월드(Sea World)'에서 최근 두 달 새 사람 두 명을 죽였습니다.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