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언 애듀케이션

'언 애듀케이션(18일 개봉)'을 본 소감은 나쁘지 않았다. 연기도 좋고 연출도 무리 없는 편이다. 그런데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였던 것은 많이 의아했다. 어쩌면 아카데미상을 그간 지나치게 존경해왔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아주 잘 만든 아침연속극' 정도다.

17세 영국 여고생 제니(캐리 멀리건)는 옥스퍼드 진학을 목표로 둔 우등생. 어느 비 오는 날 차를 태워준 남자 데이빗(피터 사스가드)은 친절하고 멋진 데다 돈도 많다. 그녀는 데이빗이 이끄는 대로 재즈클럽과 고급 레스토랑을 다니다가 결국 파리 여행까지 가게 된다.

그다음에 어떻게 됐을까. 뻔하게 예상할 수 있는 그대로다. 사람과 짐승 간 연애 빼놓고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조합해서 보여주는 드라마에 단련된 한국 시청자들에게, 이 영화 속 스캔들이 주는 충격은 피자 한 판 다 먹고 남은 올리브 반 개 주워 먹는 수준이다.

이 영화는 1961년 영국을 그리고 있다. LA타임스는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는데, 흥분도 지나치면 폭력이다. 대문호의 원작을 소재로 삼은 것도 아니고 60년대 상징적 사건을 다루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60년대에 찍은 60년대 영화 같다고 할 것이다.

다만 캐리 멀리건(25)이란 신예는 눈에 띈다. 영국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오스카 후보에도 올랐다. 연애를 시작하는 젊은 관객들에겐 오래된 교훈도 준다. 이를테면 너무 오랫동안 계속 좋기만 한 연애는 99% 나중에 크게 잘못된다. 어느 한쪽이 계속 데이트 비용을 내고 있다면 그 연애는 이미 실패로 접어들었다. 특히 주인공처럼 미성년자일 땐, 어른의 충고를 듣는 게 좋다. 다른 어른한테 배신당하고 눈에 마스카라 범벅 칠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