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만회(挽回)

〈제6보〉(82~95)=이창호는 2004년 봄 제8회 LG배 제패로, 구리는 지난해 제1회 비씨카드배 획득으로 각각 5개 세계타이틀 동시정복을 이뤘었다. 이세돌은 2008년 초 제12회 LG배 석권으로 4관왕에 올라 절정기를 누렸다. 셋 모두 당시엔 장기집권이 유력해 보였으나 머지않아 나란히 무관(無冠)으로 추락했다(구리는 형식상 아직 비씨카드배를 갖고 있지만 올해 대회서 일찍 탈락했다). 현역 3관왕으로 기세등등한 쿵제의 시대는 얼마나 지속될까.

흑이 ?Y로 붙여 하변서 둥지 마련에 나섰다. 82에 다시 83 이하 91까지, 얼추 삶의 궁도를 갖춘 모습. 85로 자칫 88로 뚫고 싶은 유혹에 넘어갔다간 참고1도 4 이후 후속수단이 없다. 92로 계속 하변 흑을 공격한다면 참고2도. 자체론 두 눈이 안 나지만 6, 8로 나가면 우하귀 백도 아직 못 살아 있어 무리란 결론이었다.

하변 절충의 결과는 흑의 만족. 이로써 전체 형세는 다시 팽팽해졌고 승부도 이제부터다. 백으로선 다행히 선수(先手)를 잡았고 그 권리를 92에 행사했다. '가'~'다'로 넘는 수와 하중앙 흑 3점에 대한 공격을 동시에 보는 공수의 교두보 같은 자리. 전선(戰線)은 이제 서부(西部)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