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大生 '화려한 데뷔'… 미소짓는 삼성생명

국내 3대 생명보험사인 대한생명이 투자자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17일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대한생명은 증시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8조원에 육박하면서 기업은행 등을 제치고 단숨에 시가총액 순위 28위로 뛰어올랐다. 대한생명 상장에 대한 이날 투자자들의 반응은 앞으로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사들의 상장과, 이들 생보사 지분을 갖고 있는 종목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생보사발(發) 증시 여진이 간단치 않을 조짐이다.

◆거래량 폭발… 화려한 상장 신고식

대한생명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87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시초가(價)보다 150원 오른 88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날 거래량이 6544만여주에 거래대금이 6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특히 개장 직후 1분 동안 거래량이 674만주에 달했고, 오전 한때 대한생명 거래량이 전체 유가증권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첫날 거래가 폭발한 것은 이달 초 공모가가 8200원으로 결정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기관투자가의 저조한 참여로 공모가가 당초 예상보다 낮아졌지만,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6% 이상 높게 정해지면서 저가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된 것이다.

하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이날 차익 실현을 위해 대한생명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공모를 통해 받은 물량을 열흘도 지나지 않아 처분한 것이다. 실제로 기관은 이날 1100만주 이상 순매도(매도액이 매수액보다 많은 것)했고, 외국인도 600만주 가까이 순매도했다. A자산운용사 사장은 "시초가가 높게 형성되면서 기관이나 외국인이 첫날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관이나 외국인 입장에선 5%의 수익만 나면 상당히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대한생명이 이날 증시에 순조롭게 데뷔했지만, 모두 50.3%의 지분을 보유한 한화그룹 주가는 등락이 엇갈렸다. 대한생명 지분 21.7%를 갖고 있는 한화는 개장 초반 반짝 상승한 뒤 1000원 내린 4만3000원에, 3.7%를 보유한 한화석유화학은 1.39% 오른 1만46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이 20%의 지분을 추가 매각한다면 1조60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된다"면서 "유입되는 현금으로 재무구조 건전화와 신규사업 투자가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5월 상장하는 삼성생명에 관심 쏠려

대한생명이 이날 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하자, 증시의 관심은 오는 5월 상장 예정인 삼성생명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대한생명이 낮은 공모가를 바탕으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삼성생명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자동차 채권단에 제공한 담보 가치 문제 때문에 공모가를 낮게 가져갈 수 없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눈여겨보고 있다. 증시 안팎에선 삼성자동차 부채 문제가 해결되려면, 삼성생명 주가가 최소 10만원을 넘어야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생명 내부적으로는 희망공모가를 10만~12만원 정도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한생명 주가가 앞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삼성생명 공모가가 높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증권사의 투자 업무 담당자는 "대한생명 상장은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 상장의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는 시금석"이라면서 "현재로선 대한생명 주가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적지 않으며 이에 따른 모든 수혜를 삼성생명이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대한생명 상장은 이날 삼성생명 지분 보유 회사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생명 지분 13.6%를 보유한 신세계는 이날 주가가 1.47% 올랐고, 3.2%를 보유한 CJ는 4.62% 급등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한생명 상장을 통해 삼성생명 상장을 예측하자는 시장 심리가 있어 대한생명 주가가 꾸준히 버텨준다면 삼성생명 지분 관련주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