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현실위에 환상을 덧칠하면…

경기도 광주시 쌍령동 영은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라틴아메리카의 현대미술을 보여주는 《열정》전(展)을 열고 있다. 영은미술관 박선주 관장은 "그동안 국내에 라틴아메리카 미술이 과소평가되거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았던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을 중심으로 특별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베네수엘라·에콰도르·우루과이·콜롬비아·쿠바·파라과이·파나마 등 7개국 작가 17명의 회화와 조각·설치 작품 80여점이 나왔다. 우루과이 작가인 이그나시오 이투리아는 특별코너로 마련됐으며, 그의 대작들은 1층 전시장에 걸려 웅장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정치적 혼란기를 경험했던 이투리아는 당시 상황을 암시하듯 암갈색 톤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작품 〈흔들리는 물〉은 낡고 더러운 세면대가 수영장으로 변해 있음을 통해 가혹한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며,〈위대한 경주〉는 벤치 대신 선(線) 위에 앉은 인간을 보여줌으로써 위태로운 삶을 표현했다. 현재 주한베네수엘라 공사인 다니엘 브리세뇨는 이상(李箱)의 시(詩)를 주제로 한 〈시인을 해부하다〉를 비롯해 〈왕후의 사리〉등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조니델 멘도사는 인간의 다층적인 내면을, 에콰도르의 페르난도 토레스는 색(色)의 향연을 보여주고 있다. 파나마의 오스발로 에레라 그라함은 같은 자연을 서로 얼마나 다르게 인지하는지 흥미롭게 접근하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 작가들의 열정적인 색과 함께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화면이 인상적이다. 전시는 4월 25일까지. 관람료 3000~4000원. (031)762-4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