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울 노래 변천사는 시대 반영하는 거울"
입력 : 2010.03.23 02:53
오늘부터 청계천문화관에서
'서울 대중가요-서울을 노래하다' 특별전
해방前 '종로' 後는 '명동'… 시대따라 주제·지역 바뀌어
서울 인구 증가와 함께 노래도 급속히 많아져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한부분이다. 지금은 헤어진 연인과 함께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추억에 젖을 것이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팀 프럼 뉴욕, 뉴욕(Theme From New York, New York)'이나 장 브루토니엘의 '파리의 하늘 밑(Sous Le Ciel De Paris)'처럼 뉴욕과 파리를 예찬하는 노래는 많다. 서울은 어떨까?
청계천문화관(관장 김영관)이 1908년부터 현재까지 대중가요를 분석한 결과 1141곡이 서울을 주제로 한 노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관련 노래를 부른 가수는 모두 710명으로, 나훈아, 이미자가 각각 14곡으로 가장 많이 불렀다. 작곡가로는 최근 별세한 박춘석(22곡), 작사가로는 반야월(31곡)이 가장 많이 노래를 만들었다. 노래 제목 중 544곡이 '서울'을 제목에 넣었고, 명동(85곡), 한강(70곡), 서울역(55곡), 남산(40곡) 순이었다.
성동구 마장동 청계천문화관은 23일부터 5월 23일까지 서울 노래를 들으며 추억에 잠기고 당시 시대상을 체험할 수 있는 특별전 '서울 대중가요-서울을 노래하다'를 마련했다. 전시장에서 500곡은 관람객이 직접 들어볼 수 있도록 했으며 1960~70년대 음악다방도 재현해 향수를 자극한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한부분이다. 지금은 헤어진 연인과 함께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추억에 젖을 것이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팀 프럼 뉴욕, 뉴욕(Theme From New York, New York)'이나 장 브루토니엘의 '파리의 하늘 밑(Sous Le Ciel De Paris)'처럼 뉴욕과 파리를 예찬하는 노래는 많다. 서울은 어떨까?
청계천문화관(관장 김영관)이 1908년부터 현재까지 대중가요를 분석한 결과 1141곡이 서울을 주제로 한 노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관련 노래를 부른 가수는 모두 710명으로, 나훈아, 이미자가 각각 14곡으로 가장 많이 불렀다. 작곡가로는 최근 별세한 박춘석(22곡), 작사가로는 반야월(31곡)이 가장 많이 노래를 만들었다. 노래 제목 중 544곡이 '서울'을 제목에 넣었고, 명동(85곡), 한강(70곡), 서울역(55곡), 남산(40곡) 순이었다.
성동구 마장동 청계천문화관은 23일부터 5월 23일까지 서울 노래를 들으며 추억에 잠기고 당시 시대상을 체험할 수 있는 특별전 '서울 대중가요-서울을 노래하다'를 마련했다. 전시장에서 500곡은 관람객이 직접 들어볼 수 있도록 했으며 1960~70년대 음악다방도 재현해 향수를 자극한다.
◆해방 이전에는 종로·한강, 해방 이후 명동·광화문·영등포 많이 등장
해방 이전에는 종로와 한강을 주제로 한 노래가 많았고, 해방 이후에는 명동·광화문·영등포 등으로 중심 무대가 바뀌었다. 서울의 팽창과 함께 대중문화의 중심지가 점차 확대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1930년대 서울에는 여성들의 시중을 받으면서 술을 마시는 '카페'가 많아졌고, 그곳에서 일하던 카페걸의 수도 늘어났다. 하지만 퇴폐와 환락의 전당으로서 카페는 온갖 범죄의 온상이기도 하였다. 1935년 강홍식의 노래 '서울 명물'에서는 카페걸을 "옳지 알았다 바로 그걸세/ 요즈음 서울 명물 카페의 걸/ 밤에 피는 네온의 불꽃/ 박쥐 사촌 누나 라"라고 그렸다.
일제 강점기 중 발표된 최규엽의 '서울 노래(1934년)'는 두 번 개작을 거쳤다. "한강물 푸른 줄기/ 말없이 흘러가네/ 천만년 두고 흐를/ 서울의 꿈이런가." 노래 속 단어가 다분히 민족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까닭이다.
해방 후 등장한 장세정의 '울어라. 은방울(1948년)'은 "해방된 역마차에 태극기를 날리며/ 누구를 싣고 가는 서울 거리냐"라며 희망찬 서울을 노래했다. "서울의 거리는 태양의 거리/ 태양의 거리에는 희망이 솟네"로 시작하는 현인의 '럭키 서울(1949년)' 역시 서울을 명랑하고 경쾌하게 그렸다.
한국 전쟁의 처참함을 보여주는 노래는 "미아리 눈물 고개 님이 떠난 이별 고개"로 시작되는 이해연의 '단장의 미아리고개(1957년)'가 대표적이다. 한국 전쟁 초기에 교전이 있었던 미아리에서 실제로 자신의 딸을 잃은 작사가 반야월의 아픈 경험이 담겨 있다.
1930년대의 서울 노래에는 '종로'가 자주 등장했지만, 1950년대 후반에는 '명동의 그림자(박경원, 1956년)', '명동 연가(장세정, 1957년)'등 '명동'을 주제로 한 노래가 많았다.
해방 이전에는 종로와 한강을 주제로 한 노래가 많았고, 해방 이후에는 명동·광화문·영등포 등으로 중심 무대가 바뀌었다. 서울의 팽창과 함께 대중문화의 중심지가 점차 확대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1930년대 서울에는 여성들의 시중을 받으면서 술을 마시는 '카페'가 많아졌고, 그곳에서 일하던 카페걸의 수도 늘어났다. 하지만 퇴폐와 환락의 전당으로서 카페는 온갖 범죄의 온상이기도 하였다. 1935년 강홍식의 노래 '서울 명물'에서는 카페걸을 "옳지 알았다 바로 그걸세/ 요즈음 서울 명물 카페의 걸/ 밤에 피는 네온의 불꽃/ 박쥐 사촌 누나 라"라고 그렸다.
일제 강점기 중 발표된 최규엽의 '서울 노래(1934년)'는 두 번 개작을 거쳤다. "한강물 푸른 줄기/ 말없이 흘러가네/ 천만년 두고 흐를/ 서울의 꿈이런가." 노래 속 단어가 다분히 민족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까닭이다.
해방 후 등장한 장세정의 '울어라. 은방울(1948년)'은 "해방된 역마차에 태극기를 날리며/ 누구를 싣고 가는 서울 거리냐"라며 희망찬 서울을 노래했다. "서울의 거리는 태양의 거리/ 태양의 거리에는 희망이 솟네"로 시작하는 현인의 '럭키 서울(1949년)' 역시 서울을 명랑하고 경쾌하게 그렸다.
한국 전쟁의 처참함을 보여주는 노래는 "미아리 눈물 고개 님이 떠난 이별 고개"로 시작되는 이해연의 '단장의 미아리고개(1957년)'가 대표적이다. 한국 전쟁 초기에 교전이 있었던 미아리에서 실제로 자신의 딸을 잃은 작사가 반야월의 아픈 경험이 담겨 있다.
1930년대의 서울 노래에는 '종로'가 자주 등장했지만, 1950년대 후반에는 '명동의 그림자(박경원, 1956년)', '명동 연가(장세정, 1957년)'등 '명동'을 주제로 한 노래가 많았다.
◆오렌지족 문화 노래에 반영
1960년대에는 서울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서울 노래도 급속히 증가했다. 세련된 여성들이 거리를 활보했고,'서울 아가씨'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서울의 아가씨는 멋쟁이 아가씨"라며 뽐내는 이시스터즈의 '서울의 아가씨(1962년)', '미니스커트에 상냥한 목소리를 가진 서울 여대생'을 동경하는 유주용의 '서울 여대생(1968년)' 등이 꼽힌다.
1960년대 서울은 자니리, 정원 같은 극장 쇼 무대의 수퍼 스타들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시절로, 극장과 다방 등의 문화공간이 대중화됐다. 명동 일대는 록과 포크 가수들의 근거지가 되었고, '쎄시봉', '오비스케빈', '포시즌스', '미도파싸롱' 같은 음악 다방들이 생겨났다.
음악 다방의 전성기는 1970년대였다. 특히 무교동 사거리 쪽에 있는 '쎄시봉'은 송창식, 조영남 같은 통기타 가수들의 집산지였다. 하지만 서울 노래는 우울했다. "두번 다시 안올랍니다/ 화려하고 머리 복잡한 서울하늘 아래로"로 끝나는 양병집의 '서울 하늘(1974년)', "나 떠나면 누가 할까 늙으신 부모 모실까/ 서울로 가는 길이 왜 이리도 멀으냐"로 끝나는 양희은의 '서울로 가는 길(1972년)'이 젊은 가슴을 적셨다.
1980년대 말부터 서울은 한강을 중심으로 강남·강북으로 양분됐고, 강남 오렌지족의 신세대 문화가 부상했다. 노래 역시 "희미한 불빛 사이로 마주치는 그 눈길 피할 수 없어"로 시작하는 주현미의 '신사동 그사람', 김지애의 '밤 깊은 서초동' 등이 히트를 쳤다. 최근에는 아이돌 댄스 가수인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가 드물게 "SEOUL 함께 불러봐요. 꿈이 이뤄질 아름다운 세상"이라며 '서울송'을 부르기도 했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서울 노래의 변천사는 서민들의 희로애락과 함께 굴곡된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시대의 거울"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에는 서울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서울 노래도 급속히 증가했다. 세련된 여성들이 거리를 활보했고,'서울 아가씨'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서울의 아가씨는 멋쟁이 아가씨"라며 뽐내는 이시스터즈의 '서울의 아가씨(1962년)', '미니스커트에 상냥한 목소리를 가진 서울 여대생'을 동경하는 유주용의 '서울 여대생(1968년)' 등이 꼽힌다.
1960년대 서울은 자니리, 정원 같은 극장 쇼 무대의 수퍼 스타들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시절로, 극장과 다방 등의 문화공간이 대중화됐다. 명동 일대는 록과 포크 가수들의 근거지가 되었고, '쎄시봉', '오비스케빈', '포시즌스', '미도파싸롱' 같은 음악 다방들이 생겨났다.
음악 다방의 전성기는 1970년대였다. 특히 무교동 사거리 쪽에 있는 '쎄시봉'은 송창식, 조영남 같은 통기타 가수들의 집산지였다. 하지만 서울 노래는 우울했다. "두번 다시 안올랍니다/ 화려하고 머리 복잡한 서울하늘 아래로"로 끝나는 양병집의 '서울 하늘(1974년)', "나 떠나면 누가 할까 늙으신 부모 모실까/ 서울로 가는 길이 왜 이리도 멀으냐"로 끝나는 양희은의 '서울로 가는 길(1972년)'이 젊은 가슴을 적셨다.
1980년대 말부터 서울은 한강을 중심으로 강남·강북으로 양분됐고, 강남 오렌지족의 신세대 문화가 부상했다. 노래 역시 "희미한 불빛 사이로 마주치는 그 눈길 피할 수 없어"로 시작하는 주현미의 '신사동 그사람', 김지애의 '밤 깊은 서초동' 등이 히트를 쳤다. 최근에는 아이돌 댄스 가수인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가 드물게 "SEOUL 함께 불러봐요. 꿈이 이뤄질 아름다운 세상"이라며 '서울송'을 부르기도 했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서울 노래의 변천사는 서민들의 희로애락과 함께 굴곡된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시대의 거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