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靑… 아늑한 白… 농익은 線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박노수-봄을 기다리는 소년》(展)은 한국화가 박노수(朴魯壽·83) 화백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박 화백은 1945년 청전 이상범에게 배우기 시작했고, 1946년에는 서울대 미술학부에 입학해 한국화를 전공했다. 1955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작품 〈선소운(仙簫韻)〉으로 대통령상을 받았고, 1956년에는 국전 추천작가가 되었다. 이화여대를 거쳐 서울대 미대 교수로서, 이종상·이철주·김병종 같은 제자를 가르쳤다. 박 화백은 한국화에서 채색화의 대표적인 작가였고, 그에게 배운 이종상 화백은 "선생님에게 채색을 배우면서 고구려 벽화를 연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노수 화백이 구사했던 선(線)과 군청색, 여백의 조화를 즐길 수 있다. 박 화백은 "군청색은 쓰기 어렵다는 이유로 남들이 피하기 때문에 더 즐겨 썼다"고 밝혔다. 나무 끝에 스치는 바람 소리만 들리는 청정한 숲에서 무념무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 같다.

전시는 크게 4개 섹션으로 나뉘는데 제1섹션은 1950년대 박 화백이 대상의 외적 묘사에 집중했던 시기를 보여준다. '선인(仙人)이 부르는 피리 소리'라는 뜻의 〈선소운〉에서는 신여성이 입은 한복의 주름을 통해 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제2섹션의 주제는 무념무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월하(月下)의 허(虛)'로, 1960년대와 1970년대 산수화에 대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던 작가의 노력이 배어 있다. 작품 〈백로(白露)〉는 날아가는 새를 통해 생명과 정신적 충만감을 묘사했다. 제3섹션은 1970년대 중반 이후 독자적인 양식을 보여준 산수화가 등장하는데, 동양화의 전통적인 화제(畵題)를 택하면서 표현은 현대적 감각을 수용한 작품들이 나왔다. 제4섹션에는 작가의 붓끝이 무르익어 자유로운 선과 여백을 펼쳐보이고 있다.

박노수 화백의 작품에는 한명의 소년과 한 마리의 말이 등장하는데,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이상(理想)을 지향하고자 하는 작가의 염원을 나타내고 있다. 전시는 4월 18일까지 열린다. 관람료 2500~5000원. (02)2022-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