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하지 말고, 쿨하게 살자"

화가 사석원이 3년 만에 갖는 개인전 《하쿠나 마타타》에는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동물들의 긴장과 생명력이 느껴진다. 사자와 코끼리는 여유로운 듯 어슬렁거리지만 이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얼룩말은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사석원은 아프리카를 여행하다 케냐와 탄자니아 접경의 마라강(江)에서 '순식간에 생사(生死)가 왔다갔다하는 상황'을 보게 됐다. 수백만 마리의 소떼가 마라강을 건너 풀밭을 찾아가야 하는데 강에는 악어가 기다리고 있다. 소떼를 이끄는 우두머리 소가 며칠을 고민하다 도강(渡江)을 결정하고 물에 뛰어들면 수백만 마리가 뒤를 따른다. 일부는 강 속에서 기다리고 있던 악어에게 잡아먹히고, 일부는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다리가 부러져 목숨을 잃는다. 이렇게 일부는 강을 건너는 과정에서 죽지만 대부분의 소들은 강을 무사히 건너 삶을 이어간다.

작가는 마라강의 장관을 지켜 보면서 '우리 주변에서 누가 이렇게 고뇌할까' 생각하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생각했다. 작가는 작업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찾아다니며 칠판에 쓰고 싶은 내용을 쓰게 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아바(아빠) 엄마' 등 서툰 한국어로 고향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