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역(逆) 프리미엄

〈제9보〉(123~136)=전성기 때 이창호의 끝내기 솜씨는 신기(神技)로 통했다. 바둑이 미세해졌다 하면 놀라운 계산력과 흥정술로 마치 마술을 부리듯 딱 '반 집'을 이겨가곤 했다. 종반 들어 그가 약간이라도 물러서면 모두들 "계산서가 나왔다"며 그의 승리를 확신했었다. 하지만 그랬던 이창호가 언젠가부터 종반이 부쩍 불안해지면서 실수도 꽤 자주 범하기 시작했다. 명확한 설명은 불가능하다. 세월이 유죄일까.

백?V로 차단하면 우상귀 흑도 살아가야 한다. 129의 도강(渡江)까지는 쌍방 최선의 수순. 선수(先手) 끝내기를 해치운 백이 130으로 하변 생사를 추궁해 왔을 때 131이 또 한 번 이창호답지 않은 악수였다. 그냥 참고도 1로 사는 것보다 큰 손해. 4까지 계속 추궁해 오면 그때 5로 끊는다. 계속 대마를 추궁하려면 6이 필수인데 9까지, 이 형태는 우하귀 백도 약해 흑 대마는 절대 안전하다.

이곳 손해가 '미세한 열세'에 결정타로 작용하고 있다. 이창호의 최대 자산이었던 '종반 프리미엄'이 오히려 약점으로 변한다면 본인뿐 아니라 한국 바둑으로서도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136이 마지막 큰 끝내기. 정상적으로 마무리한다면 흑은 '적은 차이'이긴 해도 확실하게 진다. 그렇다면 흑에겐 마지막 거사(擧事)의 결단만이 남은 셈인데….

 

쿵제 이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