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시네마 오디세이 : 우리가 꿈꾸는 : 인빅터스
입력 : 2010.03.23 10:20
| 스포츠, 하나가 되기 위한 '만델라의 꿈' |
감독과 영화의 주인공이 겹쳐질 때가 있다.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Invictus)'가 그렇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과 영화의 주인공 넬슨 만델라(모건 프리먼)는 같은 인물처럼 느껴진다. 백인과 흑인으로 피부색이 다른 데도 그렇다. 이스트우드도 이를 굳이 부인하지 않으려는 듯하다. 자신의 꿈을 직접적으로, 되풀이해서 이야기한다. 만델라의 꿈은 곧 이스트우드의 꿈이다.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 백인과 흑인이 더불어 사는 세계다. 이 영화는 지난해 국내 개봉된 '그랜 토리노'의 자장 안에 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약간의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픈 역사다. 지구촌에서 남아공만큼 인종 차별이 극단적으로 전개된 나라도 드물다. 남아공의 인종 차별 역사는 뿌리깊다. 17세기 중엽 백인의 이주와 더불어 시작됐다. 1948년 국민당 단독정부가 수립된 후 강화됐다. 이후 거주지 분리, 참정권 제한 등 정치ㆍ경제ㆍ사회 모든 면에서 백인과 흑인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펼쳐졌다. 이 정책은 악명을 떨쳤다. 국내 기업체 입사시험에서 시사용어 문제로 종종 출제됐을 정도다.
넬슨 만델라는 이 아파르트헤이트의 대표적인 피해자다. 흑인 정치가, 인권운동가로서 무려 27년간이나 감옥 생활을 했다. 영화는 만델라가 출옥해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이 된 시점부터 시작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굴복하지 않는, 정복되지 않는'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인빅터스(Invictus)'의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델라의 꿈과 인생 그 자체다.
'대통령' 만델라는 럭비 경기를 보다가 충격받는다. 국가대표팀 '스프링복스'와 영국의 경기에서 흑인들이 상대팀 영국을 응원하는 것을 목격한다. 흑인과 백인의 갈등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장면이다. 만델라는 이를 거꾸로 이용한다. 흑백 화합이라는 평소 신념을 펼치기 위한 방법으로 럭비를 선택한다. 그는 스프링복스의 주장인 백인 청년 프랑소와 피나르(맷 데이먼)를 초대한다. 1년 뒤 자국에서 열리는 럭비월드컵에서 우승해 달라고 부탁한다. 대표팀의 유니폼을 바꾸려는 결정을 뒤집고, 백인 선수들이 흑인 아이들에게 럭비를 가르치는 강습 이벤트도 마련한다. 빼어난 정치 감각이다. 만델라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여기서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는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물론 후반부에 1995년 개최된 럭비월드컵 경기 장면이 비교적 박진감있게 펼쳐진다. 하지만 '국가대표'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는 결이 확연히 다르다. 스포츠는 정치의 일부가 된다. 럭비로 인해 백인과 흑인이 한 마음이 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래서다. 카메라는 경기에 집중하지 않는다. 승패는 부차적이다. 선수들이 한 덩어리가 되는 장면을 자주 클로즈업한다. 수시로 운동장 밖으로 뛰쳐나가 흑인 거주지 소웨토의 판잣집, 거리 풍경을 수시로 보여준다. 그곳에서 백인과 흑인들은 일심동체가 되어 대표팀을 응원한다. 이제 인종 구별은 없다.
영화는 럭비의 '안'이 아니라 '밖'에 방점을 찍는다. 흑인과 백인의 화합은 절대 명제다. 그 꿈은 럭비를 통해 이뤄진다. 영국 시인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의 시 '인빅터스'의 한 구절,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며, 내 영혼의 선장이다'는 그대로 만델라의 말이 된다.
주제는 무겁지만, 영화의 발걸음까지 무겁지는 않다. 큰 물결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이스트우드는 고른 톤으로, 뚜벅뚜벅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모건 프리먼의 자연스러운 연기, 럭비 경기의 박진감 등이 겹쳐져 비교적 경쾌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가장 큰 이유는 주제의 표면화다. 감독은 불편할 만큼 자주,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낸다. 흑백 경호원의 갈등과 화해, 럭비 선수들의 만델라 감방 방문 등이다. 럭비라는 스포츠의 '안'에서 정치, 인종화합이라는 '밖'으로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스트우드는 최근 소통과 화해에 대해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 주체는 사회의 이방인, 소외자들이다. '그랜 토리노'에서도 그랬다. 고집불통 보수주의자 백인 독거노인과 아시아 몽족 소년, 소녀의 우정을 그렸다. 이를 통해 미국의 양심에 대해 질문했다. '밀리언달러 베이비'도 유사하다. 이 배우 출신 거장 감독의 왕성하고 진지한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
영화를 보기 전에 약간의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픈 역사다. 지구촌에서 남아공만큼 인종 차별이 극단적으로 전개된 나라도 드물다. 남아공의 인종 차별 역사는 뿌리깊다. 17세기 중엽 백인의 이주와 더불어 시작됐다. 1948년 국민당 단독정부가 수립된 후 강화됐다. 이후 거주지 분리, 참정권 제한 등 정치ㆍ경제ㆍ사회 모든 면에서 백인과 흑인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펼쳐졌다. 이 정책은 악명을 떨쳤다. 국내 기업체 입사시험에서 시사용어 문제로 종종 출제됐을 정도다.
넬슨 만델라는 이 아파르트헤이트의 대표적인 피해자다. 흑인 정치가, 인권운동가로서 무려 27년간이나 감옥 생활을 했다. 영화는 만델라가 출옥해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이 된 시점부터 시작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굴복하지 않는, 정복되지 않는'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인빅터스(Invictus)'의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델라의 꿈과 인생 그 자체다.
'대통령' 만델라는 럭비 경기를 보다가 충격받는다. 국가대표팀 '스프링복스'와 영국의 경기에서 흑인들이 상대팀 영국을 응원하는 것을 목격한다. 흑인과 백인의 갈등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장면이다. 만델라는 이를 거꾸로 이용한다. 흑백 화합이라는 평소 신념을 펼치기 위한 방법으로 럭비를 선택한다. 그는 스프링복스의 주장인 백인 청년 프랑소와 피나르(맷 데이먼)를 초대한다. 1년 뒤 자국에서 열리는 럭비월드컵에서 우승해 달라고 부탁한다. 대표팀의 유니폼을 바꾸려는 결정을 뒤집고, 백인 선수들이 흑인 아이들에게 럭비를 가르치는 강습 이벤트도 마련한다. 빼어난 정치 감각이다. 만델라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여기서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는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물론 후반부에 1995년 개최된 럭비월드컵 경기 장면이 비교적 박진감있게 펼쳐진다. 하지만 '국가대표'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는 결이 확연히 다르다. 스포츠는 정치의 일부가 된다. 럭비로 인해 백인과 흑인이 한 마음이 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래서다. 카메라는 경기에 집중하지 않는다. 승패는 부차적이다. 선수들이 한 덩어리가 되는 장면을 자주 클로즈업한다. 수시로 운동장 밖으로 뛰쳐나가 흑인 거주지 소웨토의 판잣집, 거리 풍경을 수시로 보여준다. 그곳에서 백인과 흑인들은 일심동체가 되어 대표팀을 응원한다. 이제 인종 구별은 없다.
영화는 럭비의 '안'이 아니라 '밖'에 방점을 찍는다. 흑인과 백인의 화합은 절대 명제다. 그 꿈은 럭비를 통해 이뤄진다. 영국 시인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의 시 '인빅터스'의 한 구절,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며, 내 영혼의 선장이다'는 그대로 만델라의 말이 된다.
주제는 무겁지만, 영화의 발걸음까지 무겁지는 않다. 큰 물결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이스트우드는 고른 톤으로, 뚜벅뚜벅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모건 프리먼의 자연스러운 연기, 럭비 경기의 박진감 등이 겹쳐져 비교적 경쾌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가장 큰 이유는 주제의 표면화다. 감독은 불편할 만큼 자주,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낸다. 흑백 경호원의 갈등과 화해, 럭비 선수들의 만델라 감방 방문 등이다. 럭비라는 스포츠의 '안'에서 정치, 인종화합이라는 '밖'으로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스트우드는 최근 소통과 화해에 대해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 주체는 사회의 이방인, 소외자들이다. '그랜 토리노'에서도 그랬다. 고집불통 보수주의자 백인 독거노인과 아시아 몽족 소년, 소녀의 우정을 그렸다. 이를 통해 미국의 양심에 대해 질문했다. '밀리언달러 베이비'도 유사하다. 이 배우 출신 거장 감독의 왕성하고 진지한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