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믈 버서난...' 이준익 감독 "사극 잘 만들어야 문화 선진국"

이준익 감독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제작보고회

이준익 감독이 23일 서울 숙명아트센터 씨어터에스에서 열린 사극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제작보고회에서 '사극 선진론'을 펼쳤다.

이 감독은 "사극을 잘 찍고 잘 만드는 나라가 문화 선진국이라 믿는다. 과거 할리우드의 '벤허' '쿼바디스' 같은 사극들이 서양을 배우는 통로였다"며 "서양은 과거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일본 사극을 보고 아시아를 알았고, 이후에 중국 사극을 봤다. 그런데 외국에선 한국 사극이 알려지지 않아 한국을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사극에 더 집착한다"고 사극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이어 "사극엔 시대와 사회상을 담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정치적 이야기들이 담길 수밖에 없다"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이 신념을 잃어버려선 안 된다는 것이 사극의 미덕"이라고 덧붙였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조정에 환멸을 느끼고 대동계를 만들어 스스로 왕이 되고자 반란의 칼을 든 이몽학(차승원)과 대동계에서 함께 꿈을 꿨지만 개인의 욕망을 위해 이를 이용하려는 이몽학을 막기 위해 나서는 전설의 맹인 검객 황정학(황정민)의 서사극이다. 이몽학을 사랑하는 백지(한지혜)와 황정학과 함께 아버지의 원수인 이몽학을 죽이려는 견자(백성현)의 이야기가 얽혀있다.

이 감독은 "'왕의 남자 2'를 기대하는 관객들이 계시겠지만, 감독으로서 자기복제의 매너리즘을 벗기 위해 노력했다. 관객의 예측은 벗어나고 기대는 충족시키기 위한 고통이 컸다"며 "네 주인공의 신념이 부딪히는 이야기로 신념을 따르는 인물이 모두 아름답다"고 밝혔다.

한편, 맹인 검객을 연기한 황정민은 "액션 연기보다 맹인 연기가 부담되고 어려웠다. 평소 연기의 진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맹인은 흉내를 내야하는 것이어서 고민이 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황산벌' '왕의 남자'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세 번째 사극인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만화가 박흥용의 동명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4월 29일 개봉한다.

<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