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에서 피카소까지展] "그림 속 르그랑 소녀는 마음이 착할 것 같아요"

"소녀는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머리를 예쁘게 기른 윤고은(9·용현초2)양이 다소곳이 앉아있는 금발의 곱슬머리 소녀를 그린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의 '르그랑양의 초상' 앞에서 말했다. "예쁘게 모은 손이랑 고운 눈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아요." 윤양은 손을 맞잡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 긴 머리를 늘어뜨렸다. 그림 속 르그랑양이 된 듯 흉내내고 있었다. 윤양은 15명의 친구들이 다른 그림으로 이동하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같은 자세로 서 있었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는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 초등학교의 방과 후 교실 학생들이 방문해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특별전을 관람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5학년까지 총 16명이특별전을 찾았다. 본지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저소득층·한부모가정·다문화가정 어린이 5000여명을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특별전에 초대했다.

피카소(Pablo R. Picasso, 1881-1973)의 작품 '여인과 아이들' 앞에 선 김민수(10·용현초3)군은 오른쪽 눈을 찡긋 감고 한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림을 정면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몸을 돌려 곁눈질로 보기도 했다. 김군은 "피카소가 평면에 앞모습과 옆모습 모두를 나타냈으니 보는 사람도 그렇게 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김군은 지금껏 전시회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방과 후 교실 강사 정정분(53)씨는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오늘이 첫 미술관 나들이"라며 "멀리 오느라 힘들었지만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한가람 미술관은 평일이지만 전시를 관람하려는 인파들로 북적였다. 지난 주말에는 막바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1만5000여명의 관람객이 미술관을 다녀갔다.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특별전은 전시가 오는 28일 끝난다. 전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장마감 오후 6시)이며 금요일은 오후 9시까지 연장 전시한다. 관람료 일반·대학생 1만3000원, 중·고생 9000원, 초등학생·유치원생 7000원. (02)521-73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