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영화는 사회·정치 다루지만 선동은 안해요"

영화 '클래스(4월 1일 개봉)'로 2008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프랑스의 로랑 캉테(49) 감독이 23일 내한했다. 프랑스 영화로는 1987년 이후 21년 만에 칸 최고상을 받은 캉테 감독은 '클래스' 시사회에서 한국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캉테 감독은 블루칼라 아버지와 화이트칼라 아들의 갈등을 담은 데뷔작 '인력자원부'(1999)로 프랑스 영화의 차세대 기수로 떠올랐다. 2001년 베니스영화제에서 두 번째 영화 '타임아웃'이 '돈키호테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1년 광주국제영화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이다.

4월 1일부터는 '클래스'를 비롯한 캉테 감독의 영화 5편이 하이퍼텍 나다에서 특별 상영된다. 23일 오후 서울 한 호텔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늦었지만 칸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그때 무척 놀랐습니다. 제 영화가 그런 상을 받을 형식의 작품이 아니니까요. 시나리오도 느슨하고 전문배우도 없는 실험적인 영화죠. 관객들이 줄곧 웃으면서 몰입하는 걸 보고 상을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황금종려상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세계 각국의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상을 준 것도 그랬죠."

―영화가 마치 다큐멘터리 같습니다. 교사나 학생 모두 연기경험이 없었는데 연기지도를 어떻게 했습니까.

"사전 연습을 무척 오래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영화에서처럼 짧게, 짧게 찍지 않고 배우들이 언제 촬영하는지 모르게 찍는 기법을 택했어요. 아이들은 우리가 학교에 정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신뢰했어요. 그것이 무척 중요했습니다."

―학교 안에서만 영화를 찍은 이유가 있습니까.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여주고 싶었지요. 학교는 민주주의 학습장이니까요. 바깥 세계를 학교로 끌고 들어왔다고 할까요."

―인상적인 것은 교사와 학생 간의 토론 장면입니다. 격렬한 토론 자체가 긴장을 불러일으킵니다.

"시나리오를 쓸 때 토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는 긴장과 충돌이 있어야 하니까요. 교사가 지식을 위에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그것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어찌 보면 이 영화는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채 끝납니다. 이런 결말에 담긴 의도는 무엇입니까.

"학교가 무척 모순적인 곳이라는 거죠. 아이들을 사회 안에 들어오게 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배척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나는 선동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학교를 아름답게만 묘사한다든가 골칫거리로 보여주지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주려 했습니다."

―부모님이 모두 교사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부모님은 항상 교육에 대해 말씀하셨고 교사라는 직업을 무척 좋아하셨죠. 이번 영화 같은 주제는 제게 매우 친근합니다."

―'클래스'와 함께 특별전이 열리는데 한국 관객에게 하고픈 말은.

"저는 영화에서 사회·정치적인 문제를 다루지만 교훈을 주려 하지는 않습니다. 관객 스스로 답을 얻기를 바라는 거죠. 그렇게 제 영화를 보면 흥미로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