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白2집 반 승

〈제12보〉(177~208)=중국 단장으로 내한했던 위빈(兪斌) 九단은 결승에 앞서 예상을 묻는 질문에 "완벽한 50대 50 승부"란 모범 답안(?)을 내놨다. 여러 요소를 염두에 두었겠지만 정말로 그는 백중한 승부를 내다보는 눈치였다.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두 기사의 균형 감각. 곰곰 생각해 보면 결코 과속(過速)하지 않고, 지구력이 남다르며, 절대 쉽게 무너지는 법이 없다는 점에서 두 기사는 공통된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결승 1국에선 이창호가 종반 집중력에서 미묘한 열세를 드러내 패배 직전까지 몰려 있다. 좁혀질 수 없는 차이지만 돌을 거두기도 곤란한 상황. 뒤진 쪽에선 괴롭기 그지없는 시간이다. 180은 정수로 참고도는 백의 손해다. 181과 182는 맞보는 곳.

188을 게을리하면 흑이 '가'에 두어 패(覇)를 감행해 온다. 242수 만에 종료, 계가 결과 백이 2집 반을 남겼다. 208수 이후는 총보로 넘긴다. 피로감 가득해 보이는 얼굴에 물수건을 덮는 이창호. 다소곳하지만 여전히 온몸에서 자신감을 뿜어내는 쿵제. 잠시의 침묵 후 복기(復棋)가 시작됐다. 자신들이 피 흘리며 죽기 살기로 싸웠던 전쟁터를 함께 나란히 거니는, 바둑 아닌 다른 승부에선 죽어도 못 볼 기이한 의식(儀式)이다. (192…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