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절세 채권 등 틈새 상품에 돈 몰려"

이들이 사모펀드를 구성, 스팩과 IPO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은 지난해만큼 수익을 얻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상장한 현대증권 드림투게더스팩1호는 사흘 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였다. 6000원이던 공모가가 1만1100원(24일 종가기준)까지 올랐다. 지난 12일 상장한 미래에셋스팩1호는 상장 후 9일 중 7일동안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만 갑자기 급등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위험도 덩달아 커진 상황이라 엄격한 위험관리는 필요하다.

박 센터장은 "상당수의 고객이 박스권 내에서도 수익을 내길 바란다"며 "삼성생명·다이이치생명 등 아시아의 기업공개시장에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테헤란PB센터에는 상속과 증여에 대한 강남 자산가들의 문의가 줄을 잇는다. 60대 중반을 지나면 재테크보다는 상속이나 증여에 대한 상담이 많다. 재테크로 부를 늘리는 것보다 상속세 절세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고객 중 대표이사(CEO)가 많은데 이들이 원하는 것은 가업 승계에 관련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테헤란PB센터 PB들은 최근 유망한 금융상품으로 브라질 국채, ELS, 밸류랩포트폴리오 등을 꼽았다. 브라질 국채는 연 10%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지역개발채권은 2.5%의 낮은 세금으로 종합과세 해당자에 유리하다. 또 발행자가 지역자치단체인 만큼 신용등급도 우수하다. 밸류랩포트폴리오는 우리나라 대표적 가치투자운용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상품으로 저평가된 가치주에 투자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할 수 있다. 수익을 내면서도 원금은 지킬 수 있는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도 눈여겨볼 만하다. ELS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게 종목과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맞춤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강남 고액 자산가들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횡보장에서도 높은 수익을 내길 바라죠. 그에 적합한 것이 사모펀드입니다. 최근 고객들은 소규모로 사모펀드를 구성해 스팩이나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등에 투자해요. 철저한 분석을 통해 위험관리만 제대로 된다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죠."(박경희 센터장)

초고층빌딩이 밀집한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 빌딩 숲 사이 우뚝 솟은 강남파이낸스센터(구 스타타워) 25층에는 강남 거액 자산가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특수부대' 기지가 있다. 삼성증권 테헤란지점 프라이빗뱅킹(PB)센터다. 이곳은 삼성증권이 신설한 울트라하이넷워스(UHNW) 사업부 중 한 곳이기도 하다. UHNW는 최근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고액 자산가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삼성증권이 새로 만든 사업부로, 30억원 이상의 부유층 고객들만 이용한다.

박경희 센터장과 류남현·강영창·한은경 3명의 팀장과 배상욱, 유승연 차장 등 총 13명의 베테랑 PB들이 테헤란지점을 이끄는 주역들이다. 테헤란지점 PB들의 1인당 관리자산은 대부분 1000억~2000억원 이상이다. 박 센터장과 한 팀장은 삼성증권 소속 1000여명의 PB 중 3%인 30여명에게만 부여하는 마스터PB 자격을 얻었다. 삼성증권이 마스터PB 자격을 부여하는 조건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마스터PB가 되려면 1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관리해야 하고, 자산이 1억원 이상인 고객 수가 80명을 넘어야 한다. 또 2년 동안 민원이나 징계가 없어야 하고 영업경력이 5년 이상 돼야 한다.

이들 베테랑 PB들은 최근 주식시장과 향후 경제지표를 어떻게 볼까. 류남현 팀장은 올해 주식시장이 톱니바퀴처럼 굴곡이 많을 것이라고 봤다. 류 팀장은 "고점 기준으로 봤을 때 코스피지수가 2000 가까이 가지 않을까 싶다"며 "흐름을 잘 타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 흐름을 타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분할 매수를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에게 주식 30%, 채권 50%, 주가연계증권(ELS) 20%의 포트폴리오를 추천했다. 최근 상품 중에서는 우리나라 코스피와 홍콩H지수와 연계된 ELS가 유용하다고 류 팀장은 전했다.

펀드 투자 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지만 소규모로 구성된 사모펀드가 요즘 강남 부자들의 트렌드다. 단기적으로 100억~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구성, 최근 유행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에 투자하거나 삼성생명 등 IPO를 앞둔 아시아 기업들에 투자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