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달러, 의외의 강세… 유럽계 헤지펀드 '비명'

미국 달러가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파운드·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나홀로 강세'를 보이는 기현상이 벌어지면서 환율 예측을 잘못한 유럽계 헤지펀드에 비상이 걸렸다.

25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달러에 대한 유로 가치는 지난 24일 남유럽 국가 위기가 다시 부각되면서 최근 10개월 최저치인 1.3338달러로 떨어졌다. 미 달러 가치는 영국 파운드에 대해 같은 날 최근 10개월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본 엔에 대해서도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번 주 들어 미 국채 금리 급등 등 미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래도 투자자들이 유럽보다 미국을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전망하면서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달러가 의외의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약세를 예측하고 원유·금 등 상품에 집중 투자한 일부 헤지펀드가 악몽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제 헤지 펀드 대부분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달러 약세를 예상, 달러를 팔고 상품 매수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중국이 지난 1월 본격적인 긴축 정책에 나서고 남유럽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유로·파운드와 상품 가격은 하락세를 타고 있다.

특히 구리·니켈·주석 등 상품 투자 전문인 영국 헤지펀드 에불리오는 올해 들어 두 달 동안 마이너스 95.8%라는 기록적인 손실을 기록, 현재 청산 위기에 직면했다. 이 펀드는 지난해 수익률이 30%에 육박했지만, 막대한 빚을 내 '달러 약세'에 베팅했다가 순식간에 쪽박을 찬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 주요 기업의 실적 회복세에 힘입어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박정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주식매수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데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으로 원화가 동반절상될 가능성도 있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단기간에 크게 오르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