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펀드환매 '맞불' 놓는다

한국 증시의 최대 큰손으로 떠오른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들이 국내 증시의 '구원 투수'로 등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8조4000억원을 순매도(매도액에서 매수액을 뺀 것)하며 자금을 회수하기 바빴던 연기금들이 올해 본격 투자에 나설 경우 주식형 펀드 환매 여파를 메워주는 버팀목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8일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여온 주식투자 유형과 별도로 새로운 투자 유형을 만들어 이르면 내달 중 자금을 위탁할 자산운용사를 선정하는 공고(公告)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에도 신규 유형인 장기투자형을 만들어 5개 위탁사에 5000억원의 자금을 집행했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전체 투자자산에서 주식투자 비중 목표를 15.2%로 세웠지만 실제 투자가 된 것은 13.1%에 불과했다. 따라서 올해 주식투자 목표치인 16.6%를 달성하기 위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주가가 1700에 육박할 때마다 펀드 환매가 발생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어 펀드환매에 맞불을 놓는 역할을 연기금이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도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사학연금은 올해 주식투자 비중을 지난해 16.4%에서 17.3%로 늘려 잡았다. 공무원연금도 13.8%에서 15.1%로 비중을 높였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주 절대수익추구형(시장 상황과 관련없이 파생상품 등을 이용해 조금이라도 수익을 낼 수 있게 하는 투자설계)과 자산배분형(여러 지역과 상품에 분산하는 투자설계) 자산운용사 6곳을 선정했다. 내달 운용사별로 200억원씩 1200억원의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다.

이미 연기금들은 최근 지수 조정을 주식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며 꾸준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 주가가 1600선 부근, 박스권에 머물던 시기에도 펀드 자금은 지속적으로 이탈한 반면 연기금은 오히려 매수세를 강화했다. 연기금들은 올 들어만 1조10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들이 증시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우량주와 경기 수혜주 등을 중심으로 선별해 매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전에 시가총액 비중으로 배분해 종목을 편입하던 것과 달리 안정성과 장기투자가 가능한 종목을 선별해 투자할 것이란 얘기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올 1분기 연기금들은 금융과 화학, 조선, 해운주 등 경기수혜 종목을 중심으로 편입해온 만큼 이후에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증권 유수민 연구원은 “올해 연기금들은 안정적이고 장기투자가 가능한 종목을 선별해 매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IT와 해운주 등 지수 반등기에 상승률이 높은 종목들이 편입 대상으로 유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