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시네마 리뷰] 영화 '공기인형'

감정 갖게 된 공기인형이 메마른 현대인에게 전하는 소통 메세지

그녀 나름대로의 사랑하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녀는 남자의 텅 빈 마음을 채워주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어줬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감정이 있다는 것은 때때로 우리를 힘들게 한다. 어느 때는 세상의 온갖 슬픔은 나 혼자 짊어지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그러나 세상에는 힘든 일 만큼이나 행복한 일도 무척 많다. 공기인형도 그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힘든 일도 많지만 그만큼 행복한 일도 많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이토록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어놓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사람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 홍예지ㆍ청룡시네마 명예기자>

　 사람들은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또한 그 속에서 상처를 입곤 한다. 때로 이 상처들은 빠져나갈 통로를 찾지 못한 채,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는다. 우리는 과연 사람들과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음달 8일 개봉되는 영화 '공기인형'은 공기인형 노조미(배두나)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의 감정을 갖게 되면서 시작된다. 바깥세상이 궁금한 그녀가 주인 몰래 외출을 시작하면서 비디오 가게 점원인 준이치(아라타)를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되고,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처럼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인형이 사람의 감정을 가지게 됨으로써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영화가 아니다. 인간의 이야기일 뿐이다.

공기인형은 속이 비어있기 때문에, 타인이 숨을 불어넣어줘야만 생명을 얻을 수 있다. 한마디로 타인과의 관계가 이 인형의 생명을 싹트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관계 맺는 방식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않고 살아갈 수 없지만, 현대인들은 점점 이를 거부하고 고립된다.

이런 점들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담담한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낸다. 세상과 단절된 거식증 환자, 늙는 것을 두려워하는 노처녀, 홀로 아이를 키우는 젊은 아빠, 오타쿠 청년, 옛 애인을 잊지 못해 공기인형에 집착하는 주인까지. 그녀의 주위에는 온통 가슴이 텅 빈 사람들뿐이다. 그런 그들이 공기인형보다 나은 점이 무엇일까. 현대인들은 공기인형과 다를 바가 없다. 속이 텅 빈 채,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공기인형은 사랑하는 상대에게 기쁨을 전해주려고 노력하고, 그들에게 소통의 메시지를 전한다.

칸이 사랑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촘촘한 이야기와 배두나의 리얼 연기는 관객들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깊은 울림으로 전달한다. 특히 전라 연기까지 불사한 배두나의 연기는 아무리 칭찬을 해줘도 부족할 정도다. 인형에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단계별 심리 변화를 날 선 호흡으로, 리얼하게 표현해냈다.

이 영화는 1차원적으로 해석하면 비극적이고 잔인한 결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비극적인 결말이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