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호, '중국 거함' 창하오 침몰시켜

"허영호가 이겨야 진짜 대박인데…." 제8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16강전(29일 베이징) 승패가 속속 전해지면서 인터넷으로 관전하던 팬들은 허영호에게 집중적인 응원을 보냈다. 팬들의 염력 덕분인지 허영호는 중국의 거함 창하오(常昊)에게 273수 만에 백으로 1집 반을 남기는 쾌거를 연출했다. 한국 랭킹 10위에 올라 있는 허영호(24) 七단은 올해 입단 10년째를 맞는 '중고급 신인'. 뛰어난 감각을 인정받으면서도 신예대회 2회 우승, 국제무대 2차례 16강이 그간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표 5명 중 랭킹이 가장 처지는 그는 그러나 27일 개막전서 일본의 요다(依田紀基)를 꺾더니 전기(前期) 우승자 창하오(중국 7위)마저 완파, 본격 '출세'길에 접어들었다.

또 한국 톱 랭커 이세돌(27) 九단은 중국의 쑨텅위(孫??宇·28) 七단과 거대한 대마 싸움 끝에 114수 만에 백 불계승, 가장 먼저 8강 고지를 밟았다. 이세돌은 1회전서도 중국 강호 저우쥔쉰(周俊勳)을 누르는 등 6개월 여의 휴직에서 복귀 후 11연승 무패가도를 질주 중이다.

그러나 이창호(국내 2위)와 최철한(3위)은 아깝게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만 18세 중국 소년 구링이(古靈益·중국 13위)는 이창호와 시종 치열한 영토 싸움으로 맞서 163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최철한은 중국 1인자이자 세계 3관왕인 쿵제(孔杰)와의 힘 대결서 밀려 비공식전 포함, 통산 전적 3승 4패를 마크했다.

일본 대표로 출전한 조치훈 九단은 1회전서 한국 최연소 출전자 강동윤(21) 九단을 따돌린 뒤 2회전서도 추쥔(邱峻·중국 11위)에 흑 불계승, 노익장을 과시했다. 올해 만 54세의 조 九단이 세계 8강 이상에 오른 것은 2003년 제8회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처음이다.

중국 5, 한국 2, 일본 1명으로 좁혀진 8강전의 대전 장소와 일정은 아직 미정. 춘란배에는 우승상금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가 걸려있으며 지금까지 한국이 4회, 중국 2회, 일본 1회씩 우승했었다. 대진 추첨 결과 8강전은 이세돌 대 왕시(王檄), 허영호 대 쿵제, 조치훈 대 셰허(謝赫), 구리(古力) 대 구링이 전으로 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