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세컨더리 펀드' 인기는 '퍼스트'

지난 19일 국영금융회사인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자산을 대신 투자해 줄 운용사 신청을 받았다. 눈길을 끈 분야는 세컨더리(secondary) 펀드 부문. 총 10곳의 사모투자회사(PEF)·벤처캐피탈이 운용사가 되겠다며 손을 들었다. 정책금융공사는 다음 달 중순 운용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투자회사들이 세컨더리 펀드를 잇달아 조성하고 있다. 이 펀드 속성상 수익률이 연평균 최대 20%에 달할 정도로 높은 데다, 요즘에 적절한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 등 거대 기관투자가들이 돈을 대 만든 펀드는 올해부터 집중적으로 해산시기가 다가온다. 펀드가 해산되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에게 돈을 돌려줘야 하는 투자회사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자산을 헐값에 털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민현기 스카이레이크 전무는 "올해는 투자 시장이 파는 사람(seller)보다는 사는 사람(buyer) 위주로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세컨더리 펀드를 결성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 세컨더리 펀드도 국내 저평가 우량자산 인수에 나섰다. 이미 세계적인 세컨더리 펀드 두 곳은 국내에서 투자활동을 시작했다. 영국계 C사는 국민연금이나 교원공제회에 "처분하지 못한 자산을 직접 매입하겠다"고 꾸준히 제안하고 있다. 모 증권사의 투자 자산에 대해서도 인수의사를 전달했다.

미국계 L사도 적극적이다. 국내에 대리회사인 V사를 두고 살 만할 지분을 직접 찾아다니고 있다.

C사가 기관투자가들이 가진 큰 매물에 집중하고 있다면 L사는 펀드 운용사들이 보유한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지분도 사들이고 있다. L사는 지금까지 3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저평가 우량자산을 인수했다.

세컨더리 펀드는 규모가 수백억~수조원까지 다양하다. 또 수익률이 높다. 한화기술금융이 운용하는 한화세컨더리펀드는 지난 2004년 12월에 200억원 규모로 설립됐다가 5년 뒤인 2009년 12월에 원금 포함해 314억원을 회수했다. 연간 대략 20%의 높은 수익률이다. 주로 연기금 같은 대규모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하고 있지만 개인들도 참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수익률이 높은 반면 처분해 이익을 실현하려면 대체로 수년이 걸린다. 그래서 단기 투자보다는 여유자금을 넣는 장기투자 접근법이 적당하다.

☞세컨더리 펀드(secondary fund)

PEF(사모펀드)나 벤처펀드가 돈을 주고 산 회사의 지분 중 매각하기 어려운 주식만 골라 싼값에 인수한 뒤 시차를 두고 지분의 가치가 오르면 되팔아 차익을 얻는 펀드를 말한다. 지난해 말 한화기술금융이 200억원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를 만들어 314억원을 벌어들이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