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3.30 16:07

영화 '비밀애'에서 유지태와 치명적인 사랑을 엮어보인 윤진서.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파격적인 노출과 베드신이 화제다.

▶여성의 감정을 보여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사람들이 노출 자체에만 관심을 보이는 거 같아서 아쉬움이 조금 남아요.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건 여배우가 소모되는 일은 없으니 안심할 수 있어요. 제가 정말 치열하게 지켜낸 거랍니다. 실제 여성들이 감정과 무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듯이 남자의 사랑을 받으면서 연이가 변화하는 걸 잘 보여주고 있어요.

-마지막 장면의 유지태가 진우인지, 진호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연이는 누구라고 생각하냐?

▶사실 누군지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에요. 시나리오에도 정확하게 나와있지 않아요. 저 역시 시나리오를 보고 마지막 부분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연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마지막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끝까지 저도 모르겠더라고요.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걸 인정해주세요.(웃음)

<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7년전 '올드보이'서 함께 한
지태 오빠는 여전히 진지 청년

'섹시한 연인' 이택근과 함께… 윤진서는 지난 2월 연인 이택근과 함께 화보에서 에스라인을 마음껏 과시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사진제공=게스언더웨어>
비범함은 평범함 속에서 나온다. 평범하지 않다면 절대 비범할 수 없다. 바로 여배우 윤진서가 그렇다. 그녀는 격정 멜로 영화 '비밀애'(감독 류훈 권지연)에서 쌍둥이 형제 진우-진호(유지태 1인2역)에게 동시에 사랑을 받는 역할을 맡았다. 평범한 주부가 불륜을 넘어 패륜이란 극단의 상황에 빠지는 특별한 역을 윤진서는 비범하게 소화했다. 청룡시네마(www.blueaward.co.kr) 명예기자들과 함께 평범함과 비범함의 경계가 없는 여배우 윤진서를 만났다.

1인2역 유지태와 '감정잡기' 힘들어
마지막 장면 진우? 진호? 나도 몰라
여성감독이 연출한 첫 정사신
마지막 정사신과 느낌이 다를걸요…

윤진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청룡시네마 명예기자들(왼쪽에서부터 성제창 홍예지 김현진)과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출연배우로서 '비밀애'를 본 소감은.

▶어렵게 나올까봐 걱정을 좀 했는데, 다행히 이해할 수 있는 만큼 나왔어요. 그래도 끝까지 놓치지 말고 봐야 합니다.

-유지태가 형과 동생 1인2역을 했다. 1인2역을 상대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어려웠을 거 같다.

▶솔직히 연기할 때 많이 헷갈렸어요. 마음이 동해야 연기도 자연스럽고 좋아지는데, 한 배우가 두 명을 연기하니까 각각 캐릭터에 대해 다른 마음과 연기를 해야 했잖아요. 만약 쌍둥이가 아니라 다른 배우가 형제 역을 했으면 다른 매력이 있으니까 거기서 사랑 연기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유지태 한 사람에다가 대역배우, 더미(배우 대신 쓰는 인형)까지 있었어요. 유지태 같은 사람 4명이 돌아다니는 것 같았어요. 결국 방해요건이 됐죠. 쌍둥이 말고 그냥 형제를 사랑하는 여자였으면 훨씬 수월했을 것 같아요.

-영화 제작 중간에 여성 감독에서 남성 감독으로 바뀌었다. 여배우로서 분명 큰 차이가 있었을텐데 어땠나?

▶우선 여성 감독님(권지연)이 바라보는 시각과 감정이 남성 감독님(류훈)이 바라보는 것과 굉장한 차이가 있어요. 원래 제작 전에는 지금 나온 영화보다 연이(윤진서)의 시각에서 대상인 쌍둥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있었어요. 그런데 류훈 감독님으로 바뀌고서는 오히려 제가 대상화되는 부분이 있었죠. 첫 번째 정사 신은 여성 감독님이 연출한 장면인데 왜 연이가 남동생 진호한테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나누는지 연이의 표정을 보면 잘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진호의 아파트에서 찍은 마지막 정사 신은 상당히 남성적인 시각이 강하죠. 영화를 잘 보시면 그 차이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유지태가 있는 양 가상의 연기를 펼치는 장면이 많았다. 생소한 연기 패턴이었을 텐테 어렵지 않았나?

▶사전 작업 기간에 다 계산된 거였어요. 길지는 않았지만 촬영 전에 주인공 연이의 모든 감정을 정하고 선택했어요. 감정 연기는 이미 연기 전공할 때 수없이 하는 거잖아요. 상상훈련 역시 마찬가지고요. 없는 걸 있는 것처럼 하는 가상 연기는 아무래도 미국에서 많이 제작되니까 미국쪽이 기술이 앞서겠지만 앞으로 우리도 이런 스킬들은 금방 쌓일 거예요.

-'올드보이'(감독 박찬욱)도 그렇고 그동안 정상적이지 않은 사랑의 역, 금기된 역할을 많이 맡았던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현진 명예기자)

▶제가 출연한 열 편의 영화 중에 '올드보이'와 이번 작품만 특별한 역할이었어요. 당시 시나리오를 읽고 선택한 거지, 일부러 금기된 사랑의 시나리오를 고른 건 아니에요.

-'올드보이' 때문인지 함께 유지태와 작업을 오랫동안 했던 거 같은 느낌입니다. 배우로서 유지태는 어떤가요. (성제창 명예기자)

▶사실 '올드보이' 때는 딱 하루 지태 오빠와 촬영을 했어요. 당시 오빠는 대선배였고,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죠. 그런데 그때도 '진지 청년'이란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진지 청년이시더라고요. '올드보이'가 7년전 영화인데 제가 당시에 스무살이고, 오빠는 스물일곱이었어요. 그리고 7년 만에 둘이 함께 출연하는 거 보면 '럭키 7'인거 같네요.

-차기작으로 출연하고 싶은 게 있나요? (홍예지 명예기자)

▶다음 작품에선 좀 웃는 영화를 하고 싶어요.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찍고 애드리브하고 끝나면 왁자지껄 떠들고 싶어요.

"긴장되고 떨렸지만 훔쳐보기 바빴어요"
 
PS: 시사회에서 그녀를 멀리서 본 적은 있었지만, 바로 옆에 앉아 이야기를 하기는 처음이라 긴장되고 가슴이 뛰었다. 가까이서 본 윤진서씨는 빼어난 미인이었고, 특히 목소리가 좋았다. 이번 영화가 미성년자 관람불가인 만큼 노출신도 상당히 있었는데, 그녀는 "무작정 벗음으로써 승부하기보다는 심리적인 강렬함을 추구하여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려 했다"고 논리적으로 주장했다. 영화배우의 인터뷰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배우 한 명을 위해 5~6명의 대형 스태프들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또 카페 전체를 빌려서 인터뷰를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처음으로 여배우의 인터뷰를 목격하고 있다는 생각에 흥분되어 윤진서씨를 훔쳐보기에 바빴다. 다음에는 좀 더 준비하고, 유연한 태도로 인터뷰에 참관하고 싶다.

< 김현진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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