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영화 & 성형 - '대두악녀' 붉은 여왕, 예뻐질 수 있을까

기괴한 상상력의 최고봉인 원작 동화. 기괴한 상상력을 스크린에 옮기는데 탁월한 천재성을 보이는 팀 버튼 감독. 둘이 만나 영화를 만들었단다. 게다가 3D까지 입혀 더욱 메가톤급 볼거리로 무장한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사실 너무 기대한 탓인지 스토리 면에서는 실망한 부분이 적지 않으나 화려함으로 무장한 캐릭터들의 비주얼은 내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붉은 여왕. 몸은 작고 가냘픈데 머리는 보통 사람의 5배나 큰 '대두'다. 붉은 여왕은 자신처럼 머리가 큰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환영이라며 거인이 된 앨리스에게 연민을 느껴 성에 머물게 한다. 붉은 여왕은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목을 베어버려!"를 외치며 죽여버리는, 공포정치를 일삼는 독재자다. 원래 여동생인 하얀 여왕이 다스린 곳을 '재버워키'라는 무시무시한 전설의 괴물을 앞세워 빼앗은 것이다.

여왕의 자질이 없는 작고 부족한 마음이 가냘픈 몸으로 표현되고, 거기에 비해 왕위에 집착하는 모습이 비정상적으로 큰 머리로 표현되어 몸과 머리의 극심한 불균형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그녀는 남들보다 비정상적으로 큰 머리 때문에 어린 시절 비웃음을 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고, 그로 인해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동질감과 연민을 느낀다. 이 때문일까? 그녀의 주위에는 온통 기괴한 얼굴을 한 사람들 뿐이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매일 기괴한 얼굴로 자신을 치장한다. 마귀할멈 같은 긴 코를 단 사람, 6중턱을 늘어뜨린 사람, 당나귀 귀를 붙이고 있는 사람, 가짜 똥배를 바지 속에 넣고 다니는 사람까지.... 붉은 여왕의 성 안에서 만큼은 미의 기준이 완전히 다른 것처럼 보인다. 소위 말하는 균형 잡힌 조화로운 얼굴은 그 곳에서 가장 환영받지 못하는 얼굴이다.

역으로, 이상적인 얼굴이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갸름한 얼굴이 무조건 예쁜 것도 아니고 가녀린 어깨가 무조건 청순해 보이는 것도 아니다. 붉은 여왕은 무지막지하게 큰 얼굴과 머리 크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녀린 어깨의 소유자라는 것을 기억하자.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이다. 붉은 여왕과 그 주변의 귀족들은 이를 무시하고 신체의 일부분을 극히 과장함으로써 붉은 여왕의 비뚤어진 미의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붉은 여왕의 얼굴 곳곳에는 불균형이 숨어 있다. 얼굴 위쪽은 너무 넓고 크며, 아래쪽은 너무 좁고 작다. 머리 크기와 몸의 비율이 그렇고, 얼굴형이 그렇고, 입술 모양이 그렇다. 심지어 눈썹부터 눈두덩이까지 덮고 있는 파란색 아이섀도마저 부채꼴 모양으로 위가 크고 밑이 좁다. 전체적으로 보면 극심한 대비로 단점들이 더욱 부각되어 보인다.

현대 성형의학으로는 머리 크기를 줄인다거나 몸을 키우는 수술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붉은 여왕에게 성형의 혜택을 받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궁여지책으로나마 넓은 이마를 가릴 수 있도록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눈썹 이식을 통해서 실같이 가느다란 눈썹 대신 풍성한 눈썹으로 얼굴의 경계를 잡아줄 수 있다. 그러면 시선을 눈썹 아래로 끌어 당길 수 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얼굴이 작아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남몰래 큰바위얼굴 콤플렉스를 지녔을지도 모를 붉은 여왕, 유일하게 사랑을 받기 원했던 충신 하트잭에게마저 배신당하지만 아무도 없는 유배지로 둘만 떠난 그 후 뒷이야기에서는 적어도 하트잭의 마음만은 얻어냈으면 좋겠다. 왠지 모르게 현대 성형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이 대두여왕에게 측은지심이 생겨 그녀의 최후가 조금은 행복하게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 홍성범 성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