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사랑은 너무 복잡해'와 '클로이'
입력 : 2010.03.30 17:17
| 중년 여인의 사랑과 질투는 위험한가 |
사랑에도 나이가 있을까. 청춘의 사랑은 뜨겁고, 중년의 사랑은 깊다는 게 통념이다. 정말 그럴까. 그렇지 않다는 걸 많은 영화가 보여준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2003)이 그랬다. 20대 미녀와 하룻밤 사랑만을 즐기던 바람둥이 해리 샌본(잭 니콜슨)은 63세가 돼서야 첫 사랑을 찾았다고 고백한다. 뉴욕에서 파리로 부랴부랴 날아가, 연하남과 데이트하던 50대 이혼녀 에리카 배리(다이안 키튼)와 깊은 포옹을 한다. 영화는 사랑에 국경만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유쾌하게 그렸다.
중년 여인의 사랑은 어떨까. 역시 하나의 빛깔, 하나의 틀로 규정할 수 없다. 사회적ㆍ경제적으로 꽤 성공한 50세 전후 여성의 사랑을 다룬 영화 두 편이 잘 보여준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감독 낸시 마이어스)와 '클로이'(감독 아톰 에고이안)다. 스무 살 청춘의 달뜬 사랑과는 차원이 다른 사랑의 무거움, 관계의 어려움을 개성적으로 변주한다. 완성도의 편차는 있지만, 만만치 않은 성찰과 여운을 남긴다. 두 영화에서 여인들은 나이나 사회적 위치 등이 유사하지만 사랑의 방법은 다르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의 설정은 다소 엉뚱하다. 이혼한 부부의 사랑이다. 제인은 베이커리 숍을 운영하는 이혼녀. 옛 남편 제이크(알렉 볼드윈)는 스무 살이나 어린 젊은 여자와 눈 맞아 재혼했다. 제인은 세 아이를 키우며 평온한 삶을 산다. 외형적으로만 그렇다. 심리적으로는 옛 남편과 진짜 작별하지 못했다. 그의 결혼 기념파티에 갈 정도다. 딸의 졸업식이 전기가 된다. 제인은 제이크와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호텔에서 뜨거운(?) 밤을 보낸다. 이후 제이크는 적극적으로 제인에게 대시한다. 연애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제인도 솔깃해 한다. 바람 피워 이혼한 옛 남편과의 사랑 혹은 재결합이라니. 그런데 상황은 간단치 않다. 제인은 집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건축가 아담(스티브 마틴)에게도 호감을 갖는다.
영화는 전혀 끈적거리지 않다. 가벼운 듯, 경쾌한 듯 수시로 웃음을 자아낸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 마이어스는 껄끄러운 상황과 설정도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저력을 발휘한다. 간통의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는 상황이 등장하지만, 감독은 문제의식을 표면화하지 않는 대신 원숙한 시선으로 마무리한다. 가족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강조한다.
'클로이'의 캐서린(줄리안 무어)은 산부인과 의사다. 그녀는 교수인 남편 데이빗(리암 니슨)의 외도를 의심한다. 데이빗은 어린 학생들과 다정하게 채팅을 하고, 자신의 깜짝 생일파티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먼 도시에서 여학생과 휴대폰 사진을 찍는다. 이때 캐서린은 매혹적인 고급 콜걸 클로이(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찾는다. 남편을 유혹해달라고 부탁한다. 남편을 시험하기 위해서다. 이후 클로이로부터 남편과의 관계를 듣던 캐서린은 질투를 느낀다. 여기서 뜻밖의 상황이 발생한다. 클로이가 캐서린을 유혹하는 것이다. 클로이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제인과 캐서린은 다르면서 같고, 같으면서도 다르다. 제인은 남편의 외도를 현실로 인정하고 수용한다. 이혼하기 전에는 캐서린처럼 갈등했을 것이다. 이혼한 뒤에는 비교적 쿨하게 지낸다. 캐서린은 남편의 외도를 용납하지 못한다. 제인과 같은 상황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콜걸과의 위험한 계약은 사랑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영화의 결말은 사실 평범하다. 제인은 옛 남편과 재결합하지 않는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중년 여인의 복잡미묘한 사랑과 심리를 경쾌한 톤으로 깔끔하게 그린다. 캐서린의 의심과 질투는 착오였음이 드러난다. 캐서린은 남편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가정은 평화를 되찾는다. 클로이만 비극인 최후를 맞는다. '클로이'는 다소 전형적이다. 여인의 질투와 불안감이 밑바탕을 이룬다. 하지만 인물의 내면 묘사는 성글고, 갑작스러운 결말은 혼란스럽다.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두 영화는 묵직한 화두를 던져준다. 중년 여인의 진정한 사랑과 질투, 가족 관계 등에 관한 성찰이다. 진정한 사랑에 관한 우리 시대의 보고서로 읽을 수 있다.
< 임정식기자 dada@sportschosun.com>
중년 여인의 사랑은 어떨까. 역시 하나의 빛깔, 하나의 틀로 규정할 수 없다. 사회적ㆍ경제적으로 꽤 성공한 50세 전후 여성의 사랑을 다룬 영화 두 편이 잘 보여준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감독 낸시 마이어스)와 '클로이'(감독 아톰 에고이안)다. 스무 살 청춘의 달뜬 사랑과는 차원이 다른 사랑의 무거움, 관계의 어려움을 개성적으로 변주한다. 완성도의 편차는 있지만, 만만치 않은 성찰과 여운을 남긴다. 두 영화에서 여인들은 나이나 사회적 위치 등이 유사하지만 사랑의 방법은 다르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의 설정은 다소 엉뚱하다. 이혼한 부부의 사랑이다. 제인은 베이커리 숍을 운영하는 이혼녀. 옛 남편 제이크(알렉 볼드윈)는 스무 살이나 어린 젊은 여자와 눈 맞아 재혼했다. 제인은 세 아이를 키우며 평온한 삶을 산다. 외형적으로만 그렇다. 심리적으로는 옛 남편과 진짜 작별하지 못했다. 그의 결혼 기념파티에 갈 정도다. 딸의 졸업식이 전기가 된다. 제인은 제이크와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호텔에서 뜨거운(?) 밤을 보낸다. 이후 제이크는 적극적으로 제인에게 대시한다. 연애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제인도 솔깃해 한다. 바람 피워 이혼한 옛 남편과의 사랑 혹은 재결합이라니. 그런데 상황은 간단치 않다. 제인은 집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건축가 아담(스티브 마틴)에게도 호감을 갖는다.
영화는 전혀 끈적거리지 않다. 가벼운 듯, 경쾌한 듯 수시로 웃음을 자아낸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 마이어스는 껄끄러운 상황과 설정도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저력을 발휘한다. 간통의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는 상황이 등장하지만, 감독은 문제의식을 표면화하지 않는 대신 원숙한 시선으로 마무리한다. 가족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강조한다.
'클로이'의 캐서린(줄리안 무어)은 산부인과 의사다. 그녀는 교수인 남편 데이빗(리암 니슨)의 외도를 의심한다. 데이빗은 어린 학생들과 다정하게 채팅을 하고, 자신의 깜짝 생일파티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먼 도시에서 여학생과 휴대폰 사진을 찍는다. 이때 캐서린은 매혹적인 고급 콜걸 클로이(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찾는다. 남편을 유혹해달라고 부탁한다. 남편을 시험하기 위해서다. 이후 클로이로부터 남편과의 관계를 듣던 캐서린은 질투를 느낀다. 여기서 뜻밖의 상황이 발생한다. 클로이가 캐서린을 유혹하는 것이다. 클로이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제인과 캐서린은 다르면서 같고, 같으면서도 다르다. 제인은 남편의 외도를 현실로 인정하고 수용한다. 이혼하기 전에는 캐서린처럼 갈등했을 것이다. 이혼한 뒤에는 비교적 쿨하게 지낸다. 캐서린은 남편의 외도를 용납하지 못한다. 제인과 같은 상황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콜걸과의 위험한 계약은 사랑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영화의 결말은 사실 평범하다. 제인은 옛 남편과 재결합하지 않는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중년 여인의 복잡미묘한 사랑과 심리를 경쾌한 톤으로 깔끔하게 그린다. 캐서린의 의심과 질투는 착오였음이 드러난다. 캐서린은 남편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가정은 평화를 되찾는다. 클로이만 비극인 최후를 맞는다. '클로이'는 다소 전형적이다. 여인의 질투와 불안감이 밑바탕을 이룬다. 하지만 인물의 내면 묘사는 성글고, 갑작스러운 결말은 혼란스럽다.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두 영화는 묵직한 화두를 던져준다. 중년 여인의 진정한 사랑과 질투, 가족 관계 등에 관한 성찰이다. 진정한 사랑에 관한 우리 시대의 보고서로 읽을 수 있다.
< 임정식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