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중국의 연구熱

〈제2보〉(20~32)=흑을 쥔 쪽은 포석을 자기 구상대로 주도할 수 있다. 이른바 '선착(先着)의 효(效)'다. 백에게 6집 반의 '세금'을 지불하고도 흑을 택하는 기사들이 반대의 경우보다 더 많다. 중국기사들이 특히 흑번(黑番)에 강한 것은 자국 내 '세금'이 7집 반이나 돼 더욱 포석 연구에 매달리기 때문. 이창호도 흑번을 선호하는 쪽이지만 이번 대회 준결승 때는 이례적으로 백을 택하기도 했다. '세금'의 크기와 함께 흑백의 포석 싸움은 현대바둑의 가장 치열한 연구테마 중 하나다.

20으로 단수쳐 29로 백 한 점을 때려내는 데까지 정석 진행. 30도 당연해 보이는 보강이지만 여기선 한 가지 따져볼 대목이 있다. 흑이 '가'에 있을 경우 백 '나'의 붙임이 상형(常型)인데, 지금은 한 칸 더 간 눈 목자 굳힘이란 점이다. 지금 만약 백이 '나'에 붙이면 흑은 기분 좋게 '다'로 늘어 귀를 주택화할 것이다.

따라서 여기선 30으로 참고도 1을 차지할 장면이란 결론이다. 5까지 변신하면 훗날 A의 맛이 더 강력해진다. 아무튼 흑▲의 초반 굳힘수에서부터 중국의 무서운 연구열이 드러나고 있다. 31의 요처(要處)를 내준 뒤 32로도 '라'~'바'의 진행이 좋았으리란 평. 즉각 32로 움직여 바둑은 급전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이창호 쿵제